<황천우의 시사펀치> 탄핵, 물 건너갔다!

2017.02.20 09:59:40 호수 1102호

지난해 12월 국회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되기 전이다. 당시 여러 언론서 가결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았을 때인 11월에 <일요시사>에 실었던 글 ‘박근령, 박지만의 읍참마속을…’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박 대통령의 하야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고 탄핵이 쉽사리 통과될 것 같지도 않다. 국회서야 정치꾼들이 국민의 시선이 무서워 통과시키겠지만, 헌법재판소에선 통과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표면상으로는 국민이 아닌 정치꾼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모양새로 변질되었기에 더더욱 탄핵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필자가 예견했던 일에 대한 징후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소위 보수 진영은 물론 심지어 탄핵에 대해 동의를 표명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박 대통령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로 필자가 언급한 내용에 부합한다. 박 대통령 탄핵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헌재에 맡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정치꾼들의 정략 수단으로 변질됐기에 새로운 양상으로 변질된 게다.

비근한 예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제넘은 대응을 살펴보자.


그는 직접 헌재를 찾아 “박 대통령 탄핵이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급기야 “헌재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민 뜻과 반하는 결론을 낸다면 승복할 게 아니라 헌재 퇴진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면상으로는 헌재에 대한 공갈 협박으로 비치지만, 자세히 살피면 바로 국민들에 대한 공갈 협박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 시장의 행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까. 다른 사람은 차치하고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2015년 초부터 <일요시사> 지면을 통해 일관되게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그 이유로 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신세계와 그에 따른 행위들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 필자에게 이 시장의 행위는 한마디로 구역질 난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본능적으로 이 시장의 주장과 정반대의 반응을 견지하게 한다. 이 시장이 박 대통령의 우군인지 적군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시장과 그 측근들에게 한마디 훈수하자. 헌법재판관들이 이 시장의 주제넘은 행위를 보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탄핵을 인용할까. 천만의 말씀! 이 시장을 보아서라도 기각할 게 자명하다.

역지사지로 헌법재판관들이 지니고 있을 두 가지 고민을 언급해보자. 첫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 시장과 그 측근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경우라면 박 대통령의 탄핵안 인용이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야 하지만, 그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데드락(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재판관들도 너무나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으리라.

두 번째는 박 대통령 탄핵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다. 만약 헌재서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이는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그런데 유한한 임기를 지니고 있는 재판관들이 한 국가의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게다. 결코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을 게다. 그게 인지상정이고, 결국 탄핵은 물 건너갔다고 봄이 지당하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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