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나?

2017.02.16 10:59:22 호수 0호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터졌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의를 잃어버렸다. 여권 성지로 불리는 PK는 물론 TK지역에서조차 정당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작금에서 이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당장 목전으로 다가온 19대 대선도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최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5년 만에 당 간판을 전격 교체했다. 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당명을 바꾼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핵심은 '쇄신'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당명 개정은 물론, 정강·정책, 당헌·당규의 개정, 당 상징색, 로고까지 당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바꾸는 등 대폭적인 쇄신작업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처절하게 쇄신해보겠다는 강렬한 몸부림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 이른바 비박(비 박근혜)계 인사들과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 의원들이 탈당해 새 당을 만들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박 인사들이 당을 나가면서 퇴보해버린 모습이다.

‘국정 농단 방관’의 책임을 지고 일선으로 후퇴해야 할 몇몇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이 오히려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얼굴을 붉히는 등 되레 지도부가 연일 충돌했다. 이번 당명 개정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누가 뭐라 해도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책임을 져야 마땅한 정당이다.


간판만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을 뿐 구성원은 예전 그대로가 아닌가. 이들에게 쇄신을 바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겉으로는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표리부동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자유한국당 당원은 물론,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옛말에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는 말이 있다. 호박에 아무리 줄을 연신 긋더라도 호박은 호박일 뿐이다. 수박이 되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수박이어야 한다. 당명과 당헌·당규가 바뀐다고 해서 그 동안 쌓였던 부정적 이미지가 해소될 수 없다. 본질이 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이 바뀌었다고 쉽게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조사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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