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한당구연맹 복마전

2017.01.09 12:13:14 호수 1096호

'막후에 권력자가?’ 떠도는 이상한 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폭주하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의 비위 사실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전 사무처장의 징계를 자체 인사위원회서 취소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는 뾰족한 수를 쓰지 못한 채 예산삭감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고,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연맹에 이상한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당시 연맹은 8월1일로 예정된 통합 초대회장 선거 때문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소문은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측근으로부터 시작됐다. 연맹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징계대상자인 사무국 직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고위직에 부탁해 징계를 축소하고 형사고발을 면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체부-종목 단체
검은 커넥션 있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소문에 연루된 시도연맹 관계자가 지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면서 드러났다. 사무국 직원에게 문체부에 줄을 댈 수 있는 친한 동생을 소개해줬는데 고위직을 접촉하는 과정서 사용한 비용을 연맹이 처리해주지 않아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임 임원은 “청탁은 관련 부서 실장급 이상에게 들어간 걸로 안다”며 “지인이 소개해준 사람과 문체부 직원이 식사를 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의논했다고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소문은 시도연맹 관계자와 사무국 직원의 실명이 덧씌워져 연맹에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다”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한 시도연맹 관계자는 “연맹 직원들하고 사이도 안 좋은데 (그들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고 한 사무국 직원은 “청탁할 이유도 없고 할 사람도 없다”며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해당 사무국 직원이 여러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을 당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문이 수면 위로 또 다시 떠올랐다.

문체부, 종목 단체 징계 결정에 개입?
고위관리가 뒤에? 비리 관련 청탁 의혹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진정서에는 ▲비자금 통장 ▲뇌물 수수 ▲임직원 횡령․배임 ▲대한체육회 보조금 횡령 ▲대회비용 횡령 ▲부적격 임직원 채용 등 연맹 비리 상황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이히 신고센터) 조사 후 지난해 1월 문체부-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로 하달된 ‘대한당구연맹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보고서에는 중앙 및 시도연맹 임직원 7명의 비위 혐의가 담겨 있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7명 중 실제 경찰에 고발된 건 2명에 불과했다. 그림 변칙 구입 지시, 부적정한 수당 지급 등 ‘부당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전임 회장은 무슨 이유인지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자에서도 빠졌다.

경기당구연맹 회장·전무이사를 비롯, 전직 임원 3명 등 5명만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겨졌다. 연맹 심판 이사는 공금 81만9000원 횡령 혐의, 강원연맹 전무이사는 대회비 156만원 횡령 혐의를 받았지만 문체부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 횡령 금액이 200만원 이하여서 내부 징계 지시만 떨어졌다.

‘부적정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사무과장 A씨와 사무국장 B씨 역시 형사 고발 조치에서 제외됐다.

비리 혐의자 7명

2명만 경찰 넘겨

2014년 개설된 신고센터는 체육정책과 산하에 있지만 스포츠 비리 관련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영향력이 문체부를 웃돈다는 말이 있다.

신고센터 조사관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규정이나 정관에 따라 비위 대상자들에게 경징계․중징계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여기에 비위 혐의가 중대한 징계 대상자의 경우 경찰 수사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연맹 비리 조사를 맡았던 C조사관은 “조사 내용과 결과 모두 체육정책과로 넘어간다.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문체부”라고 말했다. 반면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규정 적용에 있어 큰 문제만 없다면 신고센터에서 조사한 결과대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무국 A씨와 B씨는 급식비 및 연구수당 임의 지급, 변칙 회계 처리, 테이블 설치비 부당지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은 급식비와 연구수당으로 수년간 1억원이 넘는 돈을 근거나 관련 규정 없이 임의로 지급받았다.

특히 연구수당 명목으로 지급된 돈에 대해서는 ‘연구수당을 빙자한 횡령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후속 조치는 전무했다.

이들은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은 ‘관행이었다’고 소명했다. 이를 두고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한 바 있다.

C조사관은 이에 대해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 문제는 1∼2년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지급 근거를 마련하라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에 한쪽에선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앞서 2013년 문체부가 감사에서 적발한 부분이다.


내부 관계자가 지난해 11월4일 문체부에 접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문체부가 2013년 규정에 없는 수당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사무국 직원들은 2014년부터 오히려 급식비를 올려 받아갔다”며 “문체부 감사 결과도 전면 무시하고 계속 회계 부정을 저지르다 이번에 신고센터에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장 B씨가 수당 지급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반박이 가능하다”며 근거를 내밀었다.

‘대한당구연맹 위임 전결 내규’에 따르면 예산 집행 항목의 13번 ‘인건비, 월정판공비, 정보비, 부서운영비, 중식비 등’의 전결권자는 사무국장으로 돼있다. 기타 사업수행 및 추가 사항은 위임전결 규정에 포함·운영하며, 대부분의 업무 처리는 사무국장 전결로 처리한다는 내용도 주석으로 달려있다. 사무국 직원 중에서 적어도 국장은 수당 지급에 있어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림 변칙 구입 문제도 후속 조치가 미진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 회장은 과장 A씨에게 그림을 사면서 당구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연맹 예산 440만원을 들여 그림 2점을 구입한 후 당구 큐를 산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받아 변칙 처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 1점은 빌리어즈TV 방송국 대표에게 선물로 전달됐고, 나머지는 연맹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혐의 많아
후속조치 없어

C조사관은 “전임 회장이 그림을 구입한 이유가 개인 소장을 위한 게 아니라 후원사 대표에게 선물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크게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 처리를 한 사무국 직원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회장에게는 ‘기관 경고’ 조치가 가해졌다. 그러면서 C조사관은 “기관 경고는 회장한테 한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관리단체로 지정하는데 그렇게 되면 임원들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단순히 그림을 변칙으로 구매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개인에게 단체에 주는 징계를 내린 게 합당한가에 대해 묻자 C조사관은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 대외적으로 지시한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연맹은 징계 부과를 두고도 내내 상급 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는 연맹의 ‘아킬레스 건’이나 다름없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에게 양형 기준에 맞게 징계를 부과하라는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연맹을 비리단체로 지정했다. 그 때문에 연맹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9개월 동안 인건비, 행정지급비 등을 받지 못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합회와 연맹이 통합되면서 지급됐어야 할 예산의 3분의 2(약 3억원으로 추정) 정도가 공중분해된 셈이다. 그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체육회는 지난해 9월 특정감사를 통해 사무국 직원들에게 중징계를 부과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

사무국 직원 비리 심각
단순 회계 부실로 처리

그제야 연맹은 지난해 10월27일 1차 인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날 부회장, 변호사,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무처 직제 변경 및 인사이동 ▲기획총무팀장 신규 채용 ▲직원 징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 결과 A씨와 B씨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은 파면, ‘대회비 횡령’ 혐의의 연합회 전 사무과장은 파면 및 횡령 금액 환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서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가 다른 대상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맹 인사위원회 결과를 받아본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부분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연맹의 ‘막가파’식 운영은 문체부와 체육회의 안일한 문제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체부는 이번에 결정된 사무국 직원들 징계 수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산을 깎는 것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고 토로한 것이다. 또한 종목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는 체육회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모양새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회의 정관 등 제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60일 이상 장기간 회원 종목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 ▲국제체육기구와 관련한 각종 분쟁 ▲재정악화 등 기타 사유로 원만한 사업 수행 불가 등에 해당될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된다.

연맹은 그동안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와 관련해 상급 단체의 지시사항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항목으로 관리단체에 지정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체육회 내부 관계자는 “종목육성부서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을 나눠 두 사람이 약 30종목씩을 관리한다”며 “각 종목단체에 전화를 돌리는 일만으로도 한나절이 다 간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니 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정감사를 진행했던 체육회 감사실에서는 사무국 직원 징계 수위를 두고 “구두로 (정직 1개월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면서도 “정직 1개월도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언급해 종목 단체 인사 문제에 더 개입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상급 의지 없어
수사 11개월째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전임 임원은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기자가 수사 종결 시점을 물었던 9월에도 경찰은 “마지막으로 횡령 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2일, 담당수사관은 “내일이라도 수사를 종결하고 싶지만 윗선에서 보완 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수사가 11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경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가는 증거불충분으로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나가는 당구연맹
연맹에도 비선실세가?

지난해 11월21일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은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이었던 B씨의 징계를 취소했다. B씨는 잡지의 성격을 두고 논란 중인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통해 광고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회는 2015년 10월 B씨에게 파면 조치를 내렸다. B씨가 당시 연합회 결정에 불만이 있었다면 징계가 결정된 후 7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그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징계는 그대로 결정됐다. 그 징계가 1년 후 연맹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남삼현 연맹 회장은 “B씨가 징계를 받을 당시 연합회 회장이 임원 선임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등 문제가 많아 체육회 감사 결과 중징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진행된 징계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좀 더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체육회 자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징계 취소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당선…징계 취소 왜?

2차 인사위원회서 결정된 B씨의 파면 취소 결정은 남 회장이 그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떠돈다. 초대 회장 선거 당시 가장 늦게 후보 등록을 한 남 회장은 B씨가 선택한 후보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돌았다. 처음에는 B씨에게 도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던 남 회장은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장 선거 당시 B씨가 선거운동을 해줬다”고 인정했다.

남 회장은 <스포츠 당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B씨에게 두 번째 선물을 안길 예정이다. 남 회장은 “지금으로선 협회지를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이 취하되면 <스포츠 당구>의 소유권은 B씨에게 갈 확률이 높아진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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