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봉사점수 따기 백태

2017.01.02 11:19:47 호수 0호

이어폰 끼고 구세군 종 ‘딸랑딸랑’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봉사활동 단체들의 횡령과 비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흐려진 봉사활동에 대한 순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봉사활동이 점수를 따기 위한 통과의례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졌다. ‘나눔의 계절, 겨울’도 모두 옛말이 돼버렸다.



최근 지하철역서 구세군 복장을 한 청소년들이 자주 목격된다. 매일 같이 청소년들이 돌아가면서 구세군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유독 구세군뿐이 아니다. 유명한 각종 자선단체 활동에는 청소년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대충대충

광명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A양은 봉사활동 점수를 준다는 말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밖에 서 있는 일인데 음식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A양은 “아무리 자원봉사라지만 최소한의 처우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B군은 “봉사활동 점수를 준다기에 지원했지 딱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은 아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입시와 취직에는 ‘자원봉사 경력’이 중요하게 됐다. 생활기록부를 위해 혹은 자기소개서 스펙을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과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원봉사인지 아니면 강제적 봉사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1995년 5월31일 교육개혁을 계기로 전 사회의 교육 강화, 실천 중심의 교육, 인성·도덕교육의 강화, 개별성을 고려한 교육 등 네 가지를 기본정신으로 한 새로운 교육의 틀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을 의무화해 성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시행 초기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이미 대부분의 청소년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도·감독 역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 대한 사전교육과 사후평가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한 전문가는 “봉사활동의 참뜻보다는 ‘대입 전형에 필요하니까’라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적으로 자원봉사의 경험은 중요하지만 단지 정량적으로 몇 시간을 채우면 인정해주는 그런 성격의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내신으로 매일 같이 경쟁에 세워놓는 교육 당국이 이러한 자원봉사를 역설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순수성 잃은 봉사활동의 비참한 현실
자발적 참여 옛말…점수용으로 전락

봉사활동 단체들의 횡령과 비리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지난 11월 벽화봉사를 갔던 C씨. 봉사활동 단체는 참가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했다. 하지만 단체는 지자체서도 벽화를 그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참가비로 구입하겠다던 벽화용품과 식사도 지원을 받았다. C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했지만 내가 낸 돈과 지자체서 받은 수고비가 모두 봉사단체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은 찝찝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의 심판을 받은 단체들도 있다. 지난 5월 익산에선 청소년 봉사체험활동 프로그램 참가비와 직원공제회비 수천만원을 빼돌린 전북 익산시 자원봉사종합센터 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붙잡힌 D(45)씨 등 5명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자원봉사센터서 진행한 청소년 봉사체험학교 프로그램의 참가비로 받은 1000여만원을 나눠 가졌다. 이들은 센터 직원 20여명이 급여에서 매달 일정액을 공제해 모은 회비 1000여만원을 나눠 가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빼돌린 돈을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기부단체 비리가 기부활동에 미친 영향‘에 대한 조사에선 “기부할 마음이 사라졌다”는 응답이 39.6%로 가장 많았고 “기부단체의 신뢰도 확인”이 24.7%를 차지했다. 반면 “별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는 사람은 13.3%에 그쳤다.


연말연초에 기부 및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은 과반수에 못 미치는 42.3%에 불과했으며 세부적으로는 기부활동 계속(23.3%), 봉사활동 계획(9.8%), 기부·봉사활동 계획(9.2%) 순이었다. 기부가 활발한 연말연시이지만 봉사단체들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신뢰도가 떨어져 10명 가운데 4명은 기부할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간만 때우자”

수십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온 한 봉사활동 단체 관계자는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돕는 것, 이런 활동이 자원봉사”라며 “그런 뜻에 앞장서야 하는 단체에서조차 이익을 추구하고 비리가 만연한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들이 자원봉사의 순수한 뜻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봉사단체 및 개인 봉사자들을 위한 소양 교육을 더욱 활성화시켜 순수하게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봉사자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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