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홍성담 “문체부 때문에…”

2016.11.18 11:26:00 호수 0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분이 영 슬퍼진다.”



화가 홍성담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4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하려던 ‘세월오월’의 전시 불허 배경에 정부 압력이 있었다는 윤장현 광주시장의 주장 뒤에 나온 말이었다.

홍 작가는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출산하는 그림을 그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사로 선임된 유영하씨는 당시 자신의 SNS에 홍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홍성담 이놈의 엽기적인 그림에는 반드시 역풍이 불 것이고 중도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유권자들은 표로써 답을 할 거다”며 “야이 XXX야, 네 딸이 출산하는 그림 그리고 풍자라고 아가리 놀려봐라”고 비판했다.

그러다 홍 작가의 이름이 최근 언론에 다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부터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한때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사법부 개입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세월호 시국 선언에 참여했거나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문화계 인사들 9400여명의 이름을 적은 목록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주도 하에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 해당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윤장현 광주시장 외압 주장
김종 전 차관 “통화 안했다”

홍 작가와 관련된 메모에는 “홍성담 배제 노력, 제재조치 강구”라고 쓰여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에 대한 내용이 보도되자 윤 시장이 반응했다.

윤 시장은 지난 1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오월에 대해 말했다. 9박11일 일정으로 다녀온 해외 일정의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대부분의 관심은 세월오월에 쏠렸다. 세월오월은 박 전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의 허수아비로 풍자한 작품이다.

윤 시장은 당시 “창작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국시비가 투입된 전시에 정치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고, 결국 작품은 전시되지 못했다.

이는 취임 1개월 만에 일어난 일로 시정 평가 때마다 계속해서 얘기가 나와 윤 시장의 정치 행보에 영향이 미쳤다. 그로부터 2년2개월 뒤 윤 시장은 당시 사건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시장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를 앞두고 문체부의 예산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당당하게 작품을 내걸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고,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홍 작가는 그림(세월오월)은 여러 화가가 동참했고, 시민 세금도 들어가 있는 공동작품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물쩍한 사과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다시 초청해 그림을 전시하고 시민들에게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윤 시장과 통화한 적이 없다며 외압 논란에 대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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