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박근혜, 박정희 딸인 줄 알았다

2016.10.25 10:24:35 호수 0호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최근 탈고한 작품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어머니께서 신발 가게에서 검정 고무신 하나를 골라 들고는 발에 맞는지 신어보라 하신다. 신발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신어서 발에 맞으면 그 신발을 사줄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발을 신지 않자 어머니의 성화가 이어졌다. 짐짓 모른 체하며 곁에 있는 하얀 고무신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시선 역시 그곳으로 향했다가 모른 체하며 다시 성화를 이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자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그러면 깨끗하게 신어야 돼.”

어머니께서는 가격이 비싼 것보다도 쉽게 때가 타는 하얀색을 싫어하시는지 몰랐다. 여하튼 함박웃음을 보이며 “그러마”라고 답하고 하얀 고무신을 집어들었다. 얼른 구멍이 송송 뚫린 검정 고무신을 벗어버리고 하얀 고무신을 신어 보았다.

조금은 작은 듯했다. 그 고무신보다 한 치수 더 큰 신을 골라 신어보았다. 이번에는 너무 커 보인다. 두 신발을 두고 갈등에 빠질 무렵 어머니께서 또 한 말씀하신다.


“금방 발이 자랄 테니 큰 신으로 고르라.”

또 생각에 잠겨든다. 큰 신발을 신으면 어머니 말씀대로 오래 신어야 한다. 여기 저기 닳고 구멍이 나도 신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잔꾀를 부린다. 작은 듯한 신발을 신고 발을 움츠리며 “이게 딱이네”를 연발한다.』

상기의 글은 동화가 아니다. 필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최근에 탈고한 자전적 에세이집 <박정희를 위한 변명> 중 일부로 초등학교 입학하기 바로 직전, 지난 1965년 정도의 일이다.

글의 전체 내용은 필자의 기억이 시작되는 1961년, 즉 5.16이 발생했던 시점부터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는 1979년까지 내 주변에서 발생했던 삶의 변화를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그려나갔다.

일전에도 <일요시사>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그 짧지 않은 기간에 이 나라는 상전벽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전기를 접하고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고 삶은 계란을 보고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변했다.

그 엄청난 변화로 인해 나는 비로소 인간군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그를 공개적으로 밝히고는 했다. 그런 차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해보자.

필자도 그러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다수의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데에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이라는 부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단기간에 이룩했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했던 부정적인 부산물을 치유해 선진사회, 즉 상생으로 가는 길을 이루어내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박 대통령의 행적을 살피면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아니다.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무개념, 아니 ‘사이비’로 표현해도 될 정도다.

특히 최근에 논란이 일고 있는 최순실 사건을 접하면 어안이 벙벙하다. 최순실이 누구인가. 바로 박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당사자 중 한명인 최태민 목사의 딸이 아닌가. 그런데 최태민도 모자라 그 딸과 인연을 잇고 있다하니 유구무언이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의 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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