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개헌 프로젝트 ‘3월 발의설’ 실체

2011.02.22 09:48:56 호수 0호

기다리다 지친 MB, 임시국회서 직접 띄운다?


우리나라 헌법 제72조(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와 헌법 제130조 1, 2, 3항에 ‘국민투표’와 관련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법에 따르면 기타 사항으로 제한된 자를 제외하고 19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투표권을 가진다. 대통령은 늦어도 국민투표 18일 전까지 국민들에게 투표 날짜와 안을 동시에 공고해야 한다. 또한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도 가능하다. 국민투표에 관한 ‘참/불’ 권고 운동은 국민투표일 공고일로부터 투표 바로 전날까지다.

이승만-종신 박정희-유신 전두환-직선제 개헌
역대 9차례 개헌 중 청와대 주도 총 7 차례

한나라당은 지난 9일 개헌 관련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을 논의하기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당초 사흘로 예정됐던 개헌 의총이 친박계의 무관심 속에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틀 일정으로 마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의총에서 의원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헌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열린 개헌 의총은 전날에 비해 다소 맥빠진 분위기였다. 참석 인원이 전날 130명에 비해 13명이 줄어든 117명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전날 32명 참석했던 친박계는 고작 10여 명에 불과했다.

홍준표, 개헌 국회 발의 ‘불가능’
대통령이 주도하면 ‘적극 참여’



이처럼 당내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가 ‘개헌 속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당 지도부 이견으로 당내 특위 구성이 표류하고 있다. 또한 야당도 국회 내 개헌 논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기에 개헌 논의는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등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을 직접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개헌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헌 논의의 공을 국회에서 이 대통령쪽으로 살짝 넘긴 형국이다.
‘정략적’이라면서 친이 주류계의 개헌론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홍 최고위원은 “지금은 국민적 열망이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기 힘들다”면서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고 의회는 60일 이내에 가부 간 투표를 해주면 된다”라고 이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요구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금은 의회가 개헌을 발의하려면 전체의 2/3이상을 찬성으로 만들어야 하고 당 내에서도 2/3이상의 찬성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국회 내 발의 자체가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가 60일 이내에 표결해야 되므로 개헌은 당내 문제가 아닌 국회 전체의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당내 정리도 안 된 개헌 문제는 계파 투쟁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다른 계파 사람들은 순수성을 의심을 하고 있다. 이렇게 추진해서 개헌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나도 개헌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용의가 있다”면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 야당 설득 등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 이 대표도 이에 가세해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이 대통령은 ‘개헌은 의회가 맡아 해봐라. 해서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태도인데 그러면 안 된다”면서 “개헌 소신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서서 국민과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라고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차례 개헌 중 7차례가 대통령이 발의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현재 권력 구조만을 논의하는 개헌이든 뭐든 이 대통령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 개헌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참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도 최근 “한나라당 안에서도 개헌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하고 싶으면 대통령도 발의권이 있으니 (개헌을 발의)하는 게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의회·국민’ 설득해야”
유시민 ‘대통령 발의가 국민 안심’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직접 발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발의해도 국회 통과는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다. 명백히 어려운 싸움에 이 대통령이 ‘도박’을 하겠느냐는것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무산될 경우 정권의 레임덕 초래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여당도 개헌 후폭풍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친이계 일부에서는 개헌 논의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거나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무게를 얻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실패의 가능성은 있지만 개헌 이슈를 소멸시키지 않고 나머지 임기 동안 정치적 악재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헌 이슈는 한 동안 끌고 가야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개헌 전도사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철회한 것도 바로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면서 이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각 부서가 자기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눠야 한다. 청렴,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개헌이 돼야 한다. 개헌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지 지금 대통령의 권력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이 당내에서 개헌을 하기로 했으니까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민주 등원 선언 직후 ‘홍준표’ 청와대 지원 사격?
손학규-박지원 ‘설마 대통령이?’ 경계 한 목소리

한편 민주당 손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개헌 추진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발의를 해야 된다는 주장과 관련, “‘대통령이 그렇게(당에서 하라) 말했으니까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했다”면서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개헌 발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개헌 발의 주장에 “우리 입장은 다 밝혔다. 청와대는 더 이상 개헌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통령은 물가, 경제 등 할 일이 많다. 대통령이 헌법에 매달리면 다른 것을 못한다”면서 “국회에서 국가 미래를 위해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이 필요하지만 주체는 국회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참모들에게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말라는 개헌 함구령을 내렸다”면서 “국회에서 잘 논의해 달라는 입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실제 자신이 직접 개헌을 주도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좌담회에서 “지금 여야가 머리만 맞대면 개헌은 늦지 않다”면서 “청와대가 주관할 생각이 없으며 이것은 국회가 할 일”이라고 국회로 공을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계속된다면 이 대통령도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개헌 ‘당 지도부’가 나서야
대통령 나서면 될 것도 안 돼

헌법상 이 대통령은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직접 발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청와대 내 관측이다. 정치적 부담이 크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당 내 대통령 개헌 발의 거론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오랜 시간 논의된 문제이고 18대 국회에서 개헌하기로 약속까지 했던 사안인데 갑자기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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