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선생과 제자 사이에 사랑주의보가 발령됐다. 학창 시절 선생님에 대한 동경과 연민의 마음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 추억이다. 하지만 그 관계가 선을 넘어버린다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여선생이 자신의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진정 사랑했던 것일까?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
얼마 전 대구광역시의 한 중학교에서 30대 여교사와 10대 중학생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까지 공개되며 국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서방님 사랑해요”
공개된 메시지의 내용은 이렇다. 여선생이 제자에게 ‘서방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서방님이 자야 저도 자요”라며 존대한다. 제자는 “그런 되도 않는 소리 하지 마라”고 반말을 한다. 언뜻 보면 오래된 연인의 대화로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 여교사는 기간제 음악교사 A씨. 남학생은 그가 가르친 운동부 소속 3학년 B군이다.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는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학교에 부임한 A씨는 지난해 말경부터 B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 안에서 (A씨가) 볼에 뽀뽀를 해줘서 당황했다” “차 안에서 (성관계를) 하고… 그냥 좋았다” 등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했다. A씨는 B군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맞지만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며 성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A씨는 지난 2월28일 계약기간이 끝나 해당 학교를 떠났다. 재단의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A씨에 관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중학교의 또 다른 학생이 불과 몇 개월 전 A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해 또다시 A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자신을 일방적으로 좋아한 해당 학생에게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이) 목을 조이고 죽이려 했다”면서 “칼을 들고 찾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에서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A씨가 근무했던 학교는 대구 모 교육재단 내의 한 사립학교로 해당 재단에는 총 12개의 중고등학교가 속해 있다. 그런데 이 재단 산하의 한 중학교 교감으로 A씨의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대구시교육청은 사건이 커지자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해당 학교가 사립학교라는 점, 정식 교원이 아니라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사라는 점을 들며 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재단 산하의 사립학교 특성상 시교육청이 해당 학교의 교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직접 내릴 수 없고 재단 측에 요구해야 한다.
그마저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재단 측이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내부에서 흐지부지 종결돼 버리기 일쑤다. 더욱이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에 현재는 교사 신분이 아니므로 위법 사항이 있더라도 시교육청 차원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
대구 학교서 부적절 관계…합의하에?
성관계 사실로 드러나도 처벌 어려워
대구시교육청 중학교 인사 징계담당 관계자는 “경찰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성범죄가 인정될 때는 (다른 학교에서도) 기간제 채용을 할 수 없도록 그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공개한다”라면서도 “아직 범행 여부가 정확히 밝혀진 게 아니고 해당 교사가 공무원 신분도 아니기 때문에 품위유지 위반 등 징계 사유를 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피해 학생인 B군에 대해서는 성폭력 관련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현재 대구 남부경찰서의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성관계 의혹이 사실로 판명돼도 A씨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성관계의 대가로 금품 등이 오간 정황이 없고 강제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경우에는 현행법상 A씨에게 어떠한 잘못도 물을 수 없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 관계자들에게 진상을 확인하고 있으며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경찰 조사단계에서는 형법에 따른 피해와 가해를 구분할 수밖에 없는데 만일 강제성이나 대가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여선생과 남학생과의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서울 강서구 화원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35세 영어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15세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일도 있었다. 여교사 C씨와 남학생 D군은 서울 영등포역 지하주차장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두 사람의 위험한 애정행각은 성관계 직후 C씨가 D군에게 보낸 ‘좋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한 D군의 어머니의 신고로 꼬리를 잡혔다. 경찰조사에서 C씨는 “서로 좋아서 한 일”이라고 진술했으며 경찰 역시 “상대 남학생이 13세 이상이고 대가 없이 서로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이므로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결국 화원중학교 측은 교사로서 윤리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C씨를 교사직에서 해임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현행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성관계에 본인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13세 이상부터는 대가 없이 성관계를 가지거나 강제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특히 학생 본인과의 합의로 성관계를 가질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번 사건의 B군은 만 15세로 형법상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의 나이 ‘만 13세 미만’보다 두 살이나 많다.
“서로 좋아서 한 일”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부산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A씨가 B군에게 옷을 사줬다고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 옷이 과연 성관계의 대가였는지 아니면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한 것인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가성이 있었다면 학생이 자유의사로 성관계를 했어도 혹은 성매매로 인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청소년 전문가들은 A씨가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B군을 유인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