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힘

2016.06.14 10:01:21 호수 0호

권귀헌 저 / 브레인스토어 / 1만3800원

대한민국은 노력중독 사회다. 학생들은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대학 입시를 위해 하루 네 시간의 수면 시간도 아까워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은 수백에서 수천대 일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기 위해 애를 쓰며, 직장인들은 더 높은 연봉과 직급을 위해 격무와 야근에 매달린다. 가히 노력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경쟁 체제 하에서 승리의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며, 설령 어마어마한 경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해도 그것이 꼭 행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포기하는 힘>은 팍팍한 현실을 사는 한국인들에게 노력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비결로 ‘포기’를 말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 멘토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은 포기라는 단어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힘들어도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포기해도 되는 것들을 포기함으로써, 우리의 인생은 보다 자유로워지며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똑바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목표들은 수없이 많다. 우리가 미덕으로 칭송하는 노력 때문에 그런 목표를 내려놓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지고 만다. <포기하는 힘>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건강한 노력과 잘못된 노력을 판별하고, 지혜롭게 포기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삶에서든 비즈니스에서든 적절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포기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뭔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깝고 두려운 마음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살자는 것은 아니다. 끈질긴 집념으로 불가능한 꿈을 성취해 내는 삶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그러나 <포기하는 힘>은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사람들 중 성공하는 이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들의 노력을 예찬만 할 것이 아니라, 소위 실패한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포기하는 힘>은 결코 포기를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을 포기한다고 해서 다른 부분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의 척도에서는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내 주변 사람들이 나의 포기 때문에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것은 포기한 이후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포기하는 삶의 태도이다. 지금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과연 스스로 원한 것인지, 노력으로 인한 성공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장차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기가 그 자체로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향해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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