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단 첫 수사> 대우조선해양 정조준 관전포인트

2016.06.14 08:53:07 호수 0호

혈세 삼킨 ‘하마’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출범 5개월만에 칼을 뺐다. 칼끝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으로 향하고 있다. 특수단의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각본은 짜여 져 있을 터. 사실상 이번 수사는 윗선으로까지 가야 할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수단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관련사와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 안진회계법인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오전 8시께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관련사들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단순 경영비리?
대형 비화 조짐

직원들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적으로 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내부 문건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관련 비리를 규명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된 만큼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는 데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자료 분석과 함께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소환된 인물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출범한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와 관련된 첩보를 수집하고 상당 기간 내사를 진행해왔다.


김기동 특별수사단장(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사실상의 공기업으로 비리 단서가 다수 발견됐다”고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가 이미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했지만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중증 부실’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년에 걸친 경영진의 성과 부풀리기 분식회계 및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6조5000억원이 지원됐다. 사실상 공기업과 같은 성격으로 운영된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 지원받고도 부실
대우조선 수사 명분과 실리 챙겨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 경영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08.5%에 달했고 지난 3년간 적자는 4조45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하자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졌고 부실은 더욱 심화됐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과 연임에 급급해 부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471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장부에 기록해 공시했다. 그러나 작년 5월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며 5조5000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2조원 가량은 2013년과 2014년도 재무에 반영됐어야 할 부실액수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지난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부실의 주요 책임자로 꼽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해 전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2조원 넘는 분식 회계를 통해 회사의 부실을 감춰왔으며, 그 과정에 산업은행·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가담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분식 회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혈세낭비 부실
책임자 잡는다
 

특별수사단은 또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이 해양 플랜트 수주와 부실 회사를 비싸게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2조7000억원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와 지인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일단 이번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 대상 선정은 대규모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비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출범 일성과 맥이 닿는다. 검찰 안팎에선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 비리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작 대우조선해양을 하려고 5개월간 잠잠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조선분야 대기업이면서도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여서 ‘공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겨누고 있는 검찰 반부패 특수단의 칼날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버금가는 위상과 규모를 갖춘 특별수사단의 첫 타깃이 된 만큼 수사 범위가 단순히 회사 비리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지난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는 이미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 전반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진들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등 주요 임원자리는 산업은행 부행장 등 요직을 거친 인사가 퇴임 후 맡아왔다. 경영상 비리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의 임원들과 산업은행 임원들을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배하는 산업은행 연관 수사
정관계 인사도 조사확대 전망
 

이미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많아 이들을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로 부를 정도다. 또 대우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회사에도 이런 낙하산 인사가 거듭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수사단이 수사 범위를 정치권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결정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혈세 낭비에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한 정·관계의 부당한 개입은 없었는지도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경향신문>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정부의 결정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내용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각각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됐다는 근거가 제기되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참석자의 산업은행 자금지원과정 개입 여부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책임자 처벌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포스코와 유사한 기업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8개월 동안 지속된 포스코 수사에서 검찰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을 비롯,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이상득 전 의원, 송모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모두 32명을 기소했다. 전현직 경영진과 협력사 관계자, 정치권과 관계 인사까지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정권의 입김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에도 회사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등의 대가로 측근과 친인척 등에게 포스코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의 부실한 재무상황을 알면서도 ‘밀실 논의’를 거쳐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회사에 1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정 전 부회장은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385만달러(한화 44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의 두 전직 사장들의 재임 중 발생했던 방만 경영과 개인 비리 의혹에 단서를 포착하고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측근 그룹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대우조선해양에 상당한 손실을 끼친 의혹도 받고 있다. 

방만경영 손보고
정치권도 손본다
 

경영진과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점도 주목된다. 2009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시절 측근이었던 장득상 힘찬개발 대표, 김영 한나라당 부산시당 고문을 비롯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당 부분 포진해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관련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올 경우 이번 수사가 정관계까지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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