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나가요걸 세금 딜레마

2015.04.20 11:30:06 호수 0호

성매매 화대 추징 ‘될까 안될까’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오피녀’가 SNS에 자신이 1억원을 모았다고 인증해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은 오피녀의 탈세를 조사하라는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 한국에서 이 여성에게 세금을 걷을 수 있을까? 

 


“드디어 200만원만 더 모으면 1억 되네요” 지난 11일 유명 커뮤니티에 자신의 업종이 '오피녀'라고 소개하며 1억원을 모았다고 인증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오피녀는 오피스텔을 성매매 장소로 사용하는 여성을 말한다.  

세무조사 시작?
직업 인정하는 꼴
 
오피녀는 돈을 입금한 뒤 나온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글과 함께 SNS에 올렸다. 영수증에는 2015년 4월11일 오후 9시5분에 5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보인다. 또 거래 후 잔액은 9800여만원으로 나와 있는 등 계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을 오피녀라고 소개한 그는 “내일부터 다시 일할 건데 1억을 모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1억을 더 모을 생각인데 잘 모을 수 있을지…”라고 적었다. 그는 “어디에 말할 곳도 없고 여기에라도 올려 칭찬을 받고 싶었다”며 “엄마와 함께 수도권에서 30평대 빌라에서 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이 여성에게 탈세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국세청에는 ‘오피녀 탈세를 조사하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서울지방국세청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성매매 여성의 탈세 제보가 들어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고 인증글을 올린 사람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논란과 관련해 현재 여러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효녀라며 칭찬했지만, 비난 여론이 더 많았다. 특히 “성매매는 엄연히 불법이니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오피녀 인증글의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된 성매매특별법 위헌 논란을 노린 거짓 글이라고 주장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글쓴이의 인적사항조차 파악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어떻게 세금을 물려야 할지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 이번 논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억 인증’ 오피녀 탈세 조사 가능할까
누리꾼 탈루혐의 고발…국세청은 난감
 
대한민국에서 직업을 갖고 수입이 있다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직업군은 총 1만1655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직업군 중에는 성매매 관련된 직업군은 없다. 이는 국내에서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벌의 대상이 될 뿐이지 세금을 거둬야 할 대상이 아니다. 
 
2002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시장의 규모는 24조원에 이른다. 이는 2002년 국내총생산(GDP) 574조원의 4.1%에 해당하는 수치다. 24조원은 2007년 정부 예산 규모와 비교했을 때 전체 예산의 8%에 해당하며, 국내 농업 산업 규모와 비슷한 수치이다. 
 
 
이를 연간 성매매 거래량으로 추정하면, 성매매 거래 건수는 연간 약 1억7000만건, 한 해 동안 20∼64세 남성 인구 20%가 월평균 4.5회 정도 성 구매를 하고 있는 결과가 나온다. 
 
성인 남성 20%
월 4회 성구매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수는 약 2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여성인구(2013년 기준 2509만명)의 약 1.07%가 성매매에 종사하는 셈이다.
 
지난 9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는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 공창제에 대한 찬반 논의까지 나왔다. 공창제는 국가에서 성매매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즉 매춘에게 세금을 걷으며 정기적인 의료검진을 시행하고 성매매가 가능한 지역을 제한한다.  
 
국내 성매매 종사자들은 성매매를 적극적 의미의 ‘노동’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시사 토론 사이트인 프로콘에 따르면 세계 72개국 중 성매매가 39개국(54.2%)에서 합법, 9개국(12.5%) 제한적 합법, 24개국(33.3%) 불법으로 조사됐다. 
 
공창제를 시행하는 주요 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터키, 네덜란드, 헝가리, 멕시코, 벨기에 등이 있다. 공창제를 시행하게 되면 성매매에 대한 경제활동이 공식적으로 집계된다. 국민 경제에 잡히지 않던 지하경제가 양성화된다. 벨기에는 공창제를 시행하자 마약과 인신매매, 성폭행, 살인 등의 강력범죄가 44% 줄어들었다. 또 80만달러의 세금을 더 거둬들였다. 
 
매춘 경제규모 24조원
알고도 못 뒤져 ‘갑갑’
 
네덜란드 매춘 사업 규모는 연 8억6500만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화대는 15분 서비스에 65달러선이다. 이들 매춘에게는 19%의 판매세가 부과된다. 비용을 제외한 개인소득에 대해 소득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당하게 세금을 내 여느 직업과 동등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성매매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고 싶을 때 일반 실직자와 마찬가지로 실업수당을 받으며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공창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다른 직업인과 같은 권리를 누린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 이외에도 ‘성매매 비범죄화’도 존재한다. 이 경우 성매매 자체는 단속하지 않지만 성매매 알선, 중개, 인신매매, 집창촌 영업 등은 불법이다. 성매매 비규제 국가는 잉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폴란드,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오피녀 1억 인증 논란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다만 인증이 사실이라면 해당 여성에게 어느 정도 탈세 정황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경찰 등에 성매매 여성의 경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실제 소득에 대한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인증 사진에 은행 이름, 거래 시간과 액수가 자세히 나와 있어 어렵지 않게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1억원이 소득 또는 증여로 간주해 그에 대한 소득세, 또는 증여세가 징수된다. 소득 신고 누락에 대한 벌금도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 증여세…
해외에선 세금 물려
 
이번 논란의 계기로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성매매로 번 돈이라며 이를 비난하는 댓글도 만만치 않게 보인다. 이는 올해 안에 판결나는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에 따라 옳고 그름이 결정될 전망이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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