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그림으로 관객 만나는 배우 하정우

2015.02.09 11:55:33 호수 0호

심심해서? 장난으로? 아닙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배우 하정우가 이달 말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하정우가 직접 그린 20여점의 작품은 오는 28일부터 4월18일까지 LA 한인타운에 있는 표 갤러리 LA에 전시된다. 영화계와 미술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정우. 그의 그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생존수단'이다.



얼마 전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허삼관>을 통해 하정우는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다져온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아니었지만 관객의 대체적인 반응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쪽으로 모였다.

틈틈이 작업

하정우의 그림도 그렇다. 화가 자격으로 이미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 그는 점차 수준 있는 작가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다. 평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재능이 있다는 쪽과 아직은 작가로 부르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비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정우 본인이 그림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정우는 2010년부터 서울·뉴욕·홍콩 등을 오가며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업 작가 못지않은 꾸준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5년에도 하정우는 자신의 그림을 관객 앞에 내놓는다. 직접 그린 20여점의 작품은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영화 <허삼관>을 촬영하면서 틈틈이 작업한 그림들은 '포즈(Pause)'란 제목으로 전시된다. 그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판매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하정우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월터위카이저 갤러리에서 핀란드 작가와 함께 2인전을 열었다. 이때 전시된 그의 그림 16점은 모두 판매됐다. 서울 청담에 있는 까르띠에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품들도 매진 행렬을 이었다.

2013년 월드비전과 서울옥션이 공동기획한 자선경매에서도 하정우의 인물 초상 '서든리'가 380만원에 낙찰됐다. 하정우의 또 다른 작품은 한국환경자원공사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기증됐다. 그가 그린 이미지는 기업들의 요청으로 머그컵이나 우산 등 생활용품에 쓰였다. 이쯤 되면 '하정우표 그림'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미국서 4월18일까지 개인전…꾸준히 활동
서울·뉴욕 등 오가며 100여점 넘게 전시

그런데 혹자는 "그의 그림에 거품이 껴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정우 개인의 유명세가 그림의 완성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앤디워홀의 말처럼 그저 유명하기 때문에 그가 낳은 결과물이 과대평가돼 있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정우를 위한 반론도 있다. 하정우의 그림 대부분은 사실상 자화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의 직업인 배우는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일이다. 많은 배역을 오갈수록 원래 자신은 어떤 존재였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결국 하정우는 그림이라는 '생존수단'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정우의 삶에서 그림은 어려운 무명시절을 이겨낸 친구였다. 오디션에 줄줄이 탈락하면서 스스로를 해방시킬 창구를 필요로 했다. 배우로서 성공하고 나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출연한 영화 상영이 끝날 때쯤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표 갤러리에 선보였던 '베를린' 시리즈를 보면 해학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독한 그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하정우는 영화 <베를린> 개봉 당시 "배역에 부담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화려한 채색

이번 개인전을 준비한 표 갤러리는 지난달 15∼18일 캘리포니아주 최대 미술제로 알려진 'LA 아트쇼'에 하정우의 그림을 출품했다. 하정우가 배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현대 미술의 거장인 잭슨 폴록, 피카소 등에게서 영향을 받았고, 장 미셸 바스키아와 화풍이 비슷하다. 형식면에서 오마주에 가깝지만 다양한 구상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을 촘촘히 나눠 그린 시도와 표현주의 양식을 빌린 화려한 채색이 인상적이다.

 


<angeli@ilyosisa.co.kr>

 

[하정우는?]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배우.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충무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8년 <추격자>로 일약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황해>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등이 있고, 감독작으로는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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