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깔렸는데… 실수요자 반응은?

2014.08.18 10:42:36 호수 0호

엇갈린 주택시장 전망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이나 금융 규제 완화가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보내면서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꿈틀대기 시작한 주택시장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진단을 내놨다. 7월 들어 거래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주택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그래야 시장이 힘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들어 부쩍 달라진 주택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 긍정적 평가
정작 시장에선 “회복 쉽지 않다”지적

한 달여 전만 해도 올 하반기 약보합 수준의 흐름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단기적이나마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월 이후 풀이 죽었던 주택시장이 최근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을 일단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로 평가한다. 정부 대책의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쓸 수 있는 카드
다 꺼내놨는데…



규제의 마지막 성역이나 다름없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푼 것이 주효했고, 정부가 위험수위의 가계부채 논란을 무릅쓰고 어떻게 해서든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규제 완화가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 최우선’이라는 포괄적 기조로 시장을 살리겠다고 메시지를 준 것에 대한 심리적 효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얹어진 것도 한몫했다. 새 경제팀의 부동산 활성화 의지가 LTV, DTI 등 금융규제 완화로 나타나고,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거래 활성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이에 따라 일부 수요자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의 거래 복원력은 아직 크지 않고 여름 휴가철까지는 횡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정책 효과는 재건축 호가 상승, 매수 대기자들 매물문의 증가 정도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언제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까.
LTV와 DTI 규제완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무주택 세입자다. 비수기에 전세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는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자보단 실수요자가 얼마나 매수시장에 유입되느냐가 시장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 교체수요, 나아가 다주택자까지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푼 것으로 가을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만약 규제완화 관련 후속입법이 지연되면 내년 상반기에나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효과가 집값 상승 흐름을 대세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흐름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는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재건축 활성화방안, 청약통장 및 공급규칙 개편 등이라도 스케줄대로 이뤄져야 올 가을 거래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가을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정책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면 시장이 더 활기를 보일 수 있지만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흐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놨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최근 시장 움직임이 ‘반짝’장세에 그치고 다시 위축으로 돌아서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나왔는데도 경기회복이 더디면 주택 수요는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고, 정부가 멍석을 깔아 놨는데 실수요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회복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90%
“정책방향 찬성”


처음엔 시장 참여자들이 DTI와 LTV 규제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를 당연시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향후 집값 전망이나 구매력 등에 더 무게를 두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 회복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주택시장 회복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올 가을 전월세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이겠지만, 이 역시 매매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지역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산층 상층부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전환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저가 전세지역은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많아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클 수 있고 지역적으로 움직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세시장은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공급물량 증가로 안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강동, 서초 등지는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라 전월세시장 불안이 재현될 소지가 있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들이라면 지역별 수급상황을 미리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DTI·LTV 완화…국민 10명 중 6명 ‘찬’
절반 이상 “부동산 매매 더 활성화해야”


DTI·LTV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전국 공인중개사 10명 중 9명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 회원 중개업소 가운데 89.1%는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0.9%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공인중개사들은 ‘투기가 우려된다’ ‘부자만을 위한 정책’ ‘정책이 자주 바뀌어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LTV·DTI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41.0%, ‘다소 긍정적’35.4%등 긍정적인 평가가 76.4%로 많았다. ‘다소 부정적’7.0%, ‘매우 부정적’2.4% 등 부정적인 평가는 9.4%에 그쳤다. ‘보통’이라고 답한 경우는 14.1%였다.
‘LTV·DTI 규제 완화에 따른 부동산 거래는 현 수준에서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69.6%로 가장 많았고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16.7%,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12.0% 순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1.6%였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된 LTV·DTI 개선 방안 외에 ‘현재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부동산 관련 규제 중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재정비 활성화 방안 마련(재개발, 재건축 규제 개선)’이라는 답변이 35.8%로 가장 많았다. ‘주택공급규칙 전면 재검토(청약제도 개선 및 간소화)’는 22.3%,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은 21.8%,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는 20.2% 순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내각의 새 경제팀은 지난 7월24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중 LTV·DTI 규제 완화는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7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매매 활성화 정책 방향과 이번 7·24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작년 ‘8·28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발표 직후인 9월 3∼5일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이 결과 현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53%가 ‘더 활성화해야 한다’, 34%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13%는 의견을 유보해 우리 국민 절반은 매매 활성화를 바랐다. 그러나 작년 조사에서 ‘활성화해야 한다’64%, ‘그럴 필요 없다’20%였던 것과 비교하면 활성화 주장이 11%p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약 60%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으나 20대와 40대는 약 50%가 ‘활성화’, 약 40%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해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30대는 ‘활성화해야 한다’44%, ‘그럴 필요 없다’48%로 의견이 갈렸다.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60%가 찬성, 27%가 반대,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서는 연령, 지지정당, 생활수준, 집 소유 여부 등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대체로 찬성이 더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535명)의 75%가 찬성했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사람(349명) 중에서도 44%가 찬성했다.
LTV·DTI 완화로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감돌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매수심리 자극에 나선 만큼 가격대가 높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짝하다 위축되면
더이상 희망 없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지난달 11일 이후 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힌 데다 재건축 단지들의 매물 출시가 급속히 줄면서 가격이 점차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7월 첫째 주까지 마이너스 변동률(-0.02%)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단기간에 상승 반전된 셈이다.
특히 LTV와 DTI가 동시에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1일 직전인 7월 마지막 주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6억원 이하가 0.02% 상승한 데 반해 6억원 초과가 무려 0.09% 상승하며 고가 재건축이 전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주공의 경우 저가 매물은 이미 지난달 중순 모두 소진됐고 대출규제 완화 소식과 함께 매도 호가도 큰 폭으로 뛰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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