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대박상품의 비밀-OK저축은행 '비정규OK론'

2014.08.04 10:16:37 호수 0호

대부업 티 못 벗고 ‘이자놀이’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의 숙원이 이뤄졌다. 10번의 도전 끝에 저축은행을 인수했고 OK저축은행을 출범해냈다. 최 회장은 “제대로 된 서민금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우선 OK저축은행은 고금리 적금상품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후 ‘OK창업패키지론’을 출시했다. 내달에는 ‘비정규·프리랜서OK론’을 공식 론칭할 계획이다. 그런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이 상품은 최저금리만 25.9%에 달했다. 어려운 근로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높은 금리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결혼을 앞두고 대출이 필요했지만 자신의 직업 때문에 대출이 어려웠다. 그러다 최근 영업을 개시한 OK저축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비정규·프리랜서OK론’에 관심을 가졌다. 상품명만 보고 낮은 금리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프리랜서OK론의 금리는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실효성 의문

비정규·프리랜서OK론은 상품명 그대로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을 위해 만들어진 대출상품이다. 대체로 꾸준한 급여소득이 없고, 급여가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OK저축은행이 만들었다. 대부분 일반 회사 직장인이 아닌 작가, IT개발 등 소득이 불규칙한 자유직업자들이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비롯해 계약직, 파견근무자, 유통업체 판매자, 장기 아르바이트생 등 대출받기 어려운 근로자들이 이 상품의 타깃층이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근로자에게 이 상품의 대출 금리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25%이상의 금리를 얹어 또 다른 부담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한 비정규·프리랜서OK론 금리는 25.9∼29.9%다. 대출금 상환 시 연체하게 되면 최대 연 34.9%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최소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기간은 1∼3년까지다.


서울에 있는 OK저축은행을 찾아가보았다. 비정규·프리랜서 OK론에 대해 물어보았다. 창구 직원은 “프리랜서나 비정규직이라도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되물었다. 대출을 하려면 신용등급을 조회하기 위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창구 직원은 이 상품을 권하지 않았다. 그는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비정규·프리랜서OK론보다는 햇살론에 드는 게 어떠냐”면서 “사실상 이 상품은 권할 만한 상품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창구 직원조차 추천하지 않을 만큼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러시앤캐시는 판매는 하고 있지만 공식 출시한 상황이 아니라서 내달까지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비정규·프리랜서OK론은) 현장에서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공식 론칭 전”이라며 “금리부분이라든지 신용등급 등 고객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기 위해 전반적으로 손을 보고 있고 현재 최종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햇살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대출거절을 당한 비정규직, 프리랜서는 햇살론 가입이 어렵다”면서 “비정규·프리랜서OK론은 복잡하지 않은 구비서류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 결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비정규·프리랜서OK론의) 최대 금리가 연 29.9%라고 해도 대부분의 저축은행 대출 금리는 30% 이상”이라며 “당국에서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 20%대로 기준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저축은행보다 금리를 낮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근로자 위한 상품이라더니 고금리
저축은행 만들고는 기존 영업방식 그대로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의 에이피파이낸셜그룹에서 가교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은행이다. 러시앤캐시는 지난7일부터 ‘OK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특히 최윤 러시앤캐시 대표는 OK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직접 맡았다.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만큼 최윤 대표가 OK저축은행에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최윤 대표는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한 뒤 한 매체를 통해 “부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짜 서민금융회사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K저축은행은 출범 후 최대 연4.3% 정기적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어 대출상품을 공식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중소상공인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신용대출 상품인 ‘OK창업패키지론’을 내놨다. 이후 현재 판매하고 있는 비정규·프리랜서OK론도 내달쯤 공식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정규·프리랜서OK론의 금리를 두고 기존 러시앤캐시 영업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상품의 높은 대출 금리는 여전히 러시앤캐시라는 대부업의 그림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을 출범시켰음에도 대부업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수신기반이 없는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운영하다보니 자금 조달금리를 높게 잡아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고객군은 신용등급 5∼7등급으로 겹친다”면서 “한정된 고객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인 것 같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전제조건으로 15∼20%대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비정규·프리랜서OK론의 금리를 이자율 상한제에 걸리지 않는 만큼만 잡아놓은 상태다. 최저금리를 25% 이상으로 높게 잡아놔 금리는 기존 대부업 대출상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러시앤캐시 그림자

금융소비자단체도 이 상품의 높은 금리에 대해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결국 대부업 노하우를 이어가고 있다”며 “저축은행과 대부업을 겸해 운영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타깃층 자체가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 맞춰져 있다 보니 고객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저축은행 상품이라고 하지만 대부업의 대출상품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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