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속타는' 외식업 굴욕

2014.04.17 09:08:02 호수 0호

사업 말아먹고…잇단 헛발질

[일요시사=경제1팀] ‘초코파이’로 대변되는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의 사업 외도(?)가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식품과 유통에 주력하는 그룹 특성과 달리 외식업에 나섰다가 적자를 보자, 이번엔 쌩뚱맞은 웨딩사업에 슬그머니 발을 뻗었다. 한 때 ‘미다스 손’이라 불리던 타이틀은 사라진지 오래. 부업에서 패착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업외도는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하우스 웨딩 사업에 진출했다. 이 부회장이 히트시킨 외식브랜드 ‘마켓오’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하우스 웨딩’ 사업에 진출하며 전략을 수정한 것. 그동안에도 이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물론 건설업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사업 외도를 벌여왔다.

여기저기 기웃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패밀리레스토랑 마켓오 도곡점과 압구정점을 통해 하우스 웨딩 사업을 하고 있다. 하우스웨딩은 정말 가까운 지인들만을 초청해 즐기는 파티 형식의 웨딩이다. 틀에 박힌 결혼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결혼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이 운영하는 마켓오 하우스웨딩 도곡점의 경우 1,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하우스 웨딩이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연회장으로 꾸며져 있다. 50∼200여명 인원이 참석하는 소규모 웨딩이 콘셉트로, 3시간의 여유 있는 웨딩 시간이 특징으로 꼽힌다.

하루 예식은 2회만 진행된다. 특히 등심 및 립아이를 이용한 최고급 호텔식 스테이크를 마켓오 레스토랑에서 조리해 제공하며, 생화 장식과 축하 공연 등은 취향과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B사 웨딩 플레너는 “마켓오 웨딩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소규모 웨딩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알음알음 알려진 브랜드”라며 “호텔 예식에 비해 부대비용이 저렴한 편이지만 식대 가격은 비슷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사 웨딩 플래너는 “오리온 타이틀을 걸고 웨딩업 구색을 맞췄지만, 예식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웨딩 투어를 다녀온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밑에 층에서 레스토랑 영업이 진행되고 있어 복잡했다거나, 버진로드가 짧다거나 등의 불만이 많았다. 웨딩보다는 소규모 모임에 더 적합한 장소”라고 꼬집었다.

미디어 찍고 건설 돌아 웨딩사업으로
마켓오 레스토랑 적자에 부대사업 강화
미다스 손? 마이너스 손!

레스토랑 마켓오가 당초 정체성을 잃고 부대서비스로 눈을 돌리게 된 데에는 이 부회장의 전략 실패가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이 부회장이 외국 방문 후 잘 나가는 외식 브랜드를 보고 마켓오에 적용시켰지만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지 못했고, 실패에 대응할 만한 차선책으로 웨딩 사업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실제 2004년 출범한 마켓오는 국내 최초로 ‘오가닉(유기농) 레스토랑’ 개념을 선보였었다. 하지만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 부회장은 ‘오가닉’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비즈니스룸, 하우스 웨딩 등 부대사업에 발을 뻗었다. 도곡점과 압구정점에 이어 3호점으로 오픈한 여의도점은 지난달 3월 개점한 지 2년 만에 폐점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마켓오 레스토랑은 이 부회장이 함께 일했던 노희영 전 오리온 부사장이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뒤 홀로서기에 나선 사업”이라며 “이 부회장 혼자 끌어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재는 돈 되는 부대사업을 만들어 자존심은 지키자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웨딩홀 사업으로 돈을 벌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식자재와 인건비도 올라 수익성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오리온의 경우 웨딩홀 수가 2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사업 분야를 무리하게 확장했다 축소한 경험이 있다. 주력인 제과와 함께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외식·글로벌 사업을 영위해왔지만, 2006년 이후로 차츰 몸집을 줄여왔다.

편의점 체인 바이더웨이를 2006년에 매각했고, 2007년에는 영화관 사업인 메가박스를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쿼리 펀드에 1455억원에 팔았다. 메가박스 매각 당시 이 부회장이 미디어분야에서 “아예 손을 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 케이블 TV 사업체인 온미디어도 팔아치웠다. 2011년에는 ‘베니건스’로 유명한 외식업체 롸이즈온을 바른손에 넘겼다.

이로써 오리온은 현재 식품 이외 업종을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비주력 사업으로는 스포츠 복권업체인 스포츠토토, 영화 제작과 배급을 담당하는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건설사업인 메가마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계열사 역시 사업특성상 자금 소요가 큰 반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매년 초라한 실적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상장사인 미디어플렉스의 경우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메가마크는 최근 다른 건설 관계회사에 대여해 준 1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회수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메가마크 출자금 1200억 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스포츠 토토 사업 역시 지난해 전직 임원의 배임·횡령으로 재입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정부는 5월 스포츠 토토 사업자를 재선정할 예정이다.

갈아타기 구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한 우물만 고집해선 생존할 수 없다는 경영방침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중점에 두고 움직였다”며 “‘외식업계 강자’ ‘잘 나가는 여성 경영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만 최종 결과는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다. 1975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2000년 사장직에 올랐다. 창업자 딸답게 한 때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행보로 그룹은 물론 재계에서도 주목받는 여걸이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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