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임과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한몫 챙기려는 업소들이 배짱영업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각종 업소들의 바가지 영업은 극에 달했다. 입소문난 레스토랑이나 숙박업소, 유흥업소 등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업소들이한두 곳이 아니다. 대박을 노린 일부 업소들의 얌체상술을 들여다봤다.
연말 몰려드는 손님 노리고 몇배 폭리 취하는 배짱업소들
식당, 숙박업소, 유흥업소 등 연말 들뜬 손님들에 바가지
친구들과 망년회를 하기 위해 최근 서울에 있는 B뷔페레스토랑을 찾은 김모(29·여)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창 음식을 먹으며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음악소리와 함께 퇴장하라는 방송이 나왔기 때문이다.
“뷔페도 시간제한?”
당황하기는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우왕좌왕하던 손님들은 식당종업원에게 영문을 물었다. 종업원은 “12월 한 달간 2부제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2부 손님들을 받기 위해 저녁 7시30분에는 나가야 한다”는 대답을 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미 공지를 받아 이를 알고 있었지만 몰랐던 손님들은 그제야 허겁지겁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사전에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은 김씨도 마찬가지. 난데없이 식당에서 쫓겨날 신세가 된 김씨 일행은 왠지 모르게 속았다는 찜찜한 기분을 안고 식당을 나섰다.김씨는 “아무리 손님이 많은 연말이라도 주말도 아닌 평일에 뷔페식당에서 시간제한을 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인당 3만원도 넘는 비싼 음식 값을 내고 고작 한 시간밖에 머무르지 못해 지금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 레스토랑은 12월 한 달간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2부제를 운영하고 있다. 저녁 시간을 1부와 2부로 나눠 손님들을 받고 있는 것. 송년모임이 많은 연말, 메뉴의 품질 유지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부제를 운영한다는 것이 레스토랑 측의 말이다. 하지만 많은 손님들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배짱영업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음식점의 얌체상술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극에 달한다. 아예 비싼 메뉴들로만 구성된 크리스마스용 메뉴판을 사용하는 음식점도 부지기수다. 단가가 낮거나 준비시간이 긴 메뉴는 과감히 메뉴에서 빼버리는 방식이다. 이모(29)씨는 다가올 크리스마스가 두렵기만 하다. 데이트를 하면서 또 얼마나 바가지를 쓸까 겁이 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가는 곳마다 바가지를 썼던 경험이 있다.
시작은 음식점에서였다. 자주 가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간 이씨는 메뉴판을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에 보던 메뉴판이 아니었던 탓이다. 즐겨 먹던 메뉴는 자취를 감췄고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 몇 가지만 덩그러니 쓰여 있었던 것. 가격도 평소의 두 배가 넘었다. 다른 식당에 가봐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맛에도 맞지 않는 음식을 값비싼 돈을 내고 먹어야 했다.
숙박업소에서도 황당한 경험은 이어졌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웠던 이씨는 조촐한 파티를 열기 위해 단골 모텔을 찾았다. 평일보다는 비싸겠지만 설마 단골에게 바가지를 씌우겠느냐며 들어간 모텔. 그러나 주인아저씨는 방값으로 12만원을 요구했다. 평소 주말 방값이 5만원이란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비싼 요금이었다.
단골이라는 점을 내세워 협상하려 해도 주인은 막무가내였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주위에 있는 모텔 몇 군데의 요금을 알아봤지만 담합이라도 한 듯 비슷비슷한 가격을 불렀다. 그 정도 시설의 모텔방에 12만원을 쓰기엔 아까웠던 이씨 커플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을 포기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기로 결심한 이씨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12만원이란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단지 평소와 다름없는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7만원의 웃돈을 얹어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이씨는 다가올 크리스마스 계획을 짜는 게 어렵기만 하다고. 기분 좋은 성탄절날 바가지를 썼다는 찜찜함을 느끼는데다 여자 친구 앞에서 돈 때문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연말 망년회의 단골 코스인 유흥업소에서도 바가지 상술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특히 룸살롱에서는 연말 취객을 노리고 가짜 양주를 팔아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모(34)씨는 최근 호객꾼에 이끌려 2차로 룸살롱에 갔다가 가짜 양주를 먹고 300만원의 술값까지 냈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평소보다 술이 빨리 취한데다 며칠간 숙취가 가시질 않는 것이 이상해 주위에 물었더니 백이면 백 가짜 양주를 속아 마신 것이라고 말했다”며 “취할 일이 많은 연말일수록 정신 차리지 않으면 몸 망치고 카드 값 폭격까지 당하기 십상이다”라고 토로했다.
속지 말자 가짜 양주
인기 있는 여행지의 펜션이나 콘도 등의 숙박업소도 배짱영업을 하긴 마찬가지다. 여름휴가에 이어 몇 개월 만에 찾아온 성수기를 놓칠 리 없는 인기 업소들은 평소보다 3~4배가 넘는 방값을 매기고 있다. 이마저도 예약이 꽉 찬 업소들이 많아 이용자들은 불평도 하지 못하고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시민은 “불황에 시달리다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평소에도 장사가 잘되는 업소들이 몇 배도 넘는 가격을 매기는 건 지나친 장삿속 같아 보기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