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2014.03.10 15:39:41 호수 0호

"생지옥"…500명 죽었다

부산 지역 최대 인권유린 사건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당시 군사정부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3500명에 달하는 여성·노인·장애인·아동 등을 불법 감금토록 한 한국판 홀로코스트다.

형제복지원이란 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는 물론 살해와 암매장까지 당했다.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이었지만 실제 정책을 수립·장려하고 보조금을 지급한 당사자가 정부 기관이란 점은 국가에게 책임소재가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해 10월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집을 보면 형제복지원 사건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당시 형제복지원에는 약 3500명의 부랑인, 여성, 노인, 장애인, 아동이 수용되어 있었으며, 12년간 죽어나간 사람만 531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 사망원인은 지금껏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죽은 원생들은 복지원 인근에 암매장되거나 각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가는 등 두 번 죽임을 당했고, 진상 조사과정에서 시신 한 구당 300만∼500만원을 받고 팔았다는 원생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당시 연 20억원이 넘는 정부예산을 받았지만 형편없는 의식주 생활로 단순한 수용에 지나지 않았으며, 수용인(원생)들은 힘겨운 강제노역과 줄빠따·통닭구이와 같은 일상적인 폭행·고문에 시달렸다. 이들은 강제노역을 위해 수시로 다른 지역 수용소에 보내졌는데 이 과정에서 곡괭이로 몸을 찍는 등의 잔혹한 폭력이 벌어졌다.

아동은 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각종 작업장에 배치되어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 여성들은 권력을 가진 직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이때의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얻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어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 반복됐고, 형기 없는 감옥 생활에 지나지 않는 암울함에 자해를 해도 죽게 놔두었다. 도망가다 잡혀오면 매를 때렸는데 심각한 구타로 사망한 사람이 확인됐다. 살아남은 형제복지원 수용인들은 한 목소리로 그날의 기억을 '생지옥'이라고 증언했다.

 

<형제복지원 생존자의 증언>
"계단서 굴려 낙태…아니면 때려서 낙태"


형제복지원 생존자인 정주희(가명)씨는 입소 당시 10살이었다. 그녀는 1982년 봄에 입소한 뒤 1987년 형제복지원이 폐쇄하면서 퇴소했다. 다음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정씨가 증언한 내용 일부다.

"일요일에는 교회 가서 예배를 봤어요. 박인근이 목사였어요. 누가 아프다고 하면 사람들이 와서 배를 만지면서 막…. 당시에는 그게 아픈 걸 낫게 해주려는 건가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성추행이었어요. 배 만지고 밑에 이렇게 하고. 지금도 잊히지 않고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데 박봉석이라고.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지냈는데 애들한테 '아휴 예쁘다' 그러면서 가슴 만지고 밑에 성기도 만지고 그랬어요. 저도 그 피해자 중 하나고. 성관계까지는 몰랐는데 했다는 애들도 많더라고요. 특히 그 사람은 정신지체인 말고 멀쩡한 성인 여자들을 자기 사택에 데려가 그렇게 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김충열. 이 사람도 착해보였는데 여성들을 유린했다고 해요. 그땐 임신이 뭔지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이렇게 있었다가 어느 날 홀쭉해져 있고…. 그런 언니들이 있었어요. 들은 소문에 의하면 거기가 워낙 넓잖아요. 계단이 굉장히 많아요. 계단에 굴려가지고 낙태를 시키거나 아니면 때려서 낙태를 시키거나. 배가 나온 임신한 여자들을 상당히 많이 봤어요. 한 언니가 맞아서 뒹굴었는데 하체에서 피가 흘렀어요. 배가 홀쭉해진 사람들은 애를 낳아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애를 낳는 거 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그때 애를 낳아도 못 살아남는 애들이 많았어요. 죽은 애들을 묻은 것 같은 조그만 작은 무덤이 이렇게 있었어요. 23소대(당시 형제복지원은 군대 용어를 사용했다) 철창 쪽에서 보면 무덤이 하나씩 생기는 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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