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허창수 위기론 막전막후

2014.03.10 11:26:26 호수 0호

트리플 악재에 ‘휘청’…머리 싸맨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그룹 실적이 악화돼 뒤숭숭한 가운데 간판 계열사들마저 줄줄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 기름 유출 후폭풍으로 연일 난타전을 치르고 있고, GS건설은 대규모 적자 여파로 구조조정에 진땀을 빼는 중이다. 설상가상 ‘재계 대통령’이라는 전경련 회장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 허 회장 앞길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양새다.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이 2005년 3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가장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곳은 국내 정유업계 2위인 GS칼텍스.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송유관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당시 기름 유출량을 고의로 축소해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에까지 휘말렸다.

‘쉬쉬’ 사고 은폐
허진수 고발

최근 여수해양경찰서는 2차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기름유출량은 당초 추정치보다 최대 4.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경이 산출한 유출량은 원유 339㎘, 나프타 284㎘, 유성 혼합물 32∼131㎘ 등 최소 655㎘에서 최대 754㎘에 달한다. 이 피해규모는 GS칼텍스가 사고 직후 발표한 유출량인 800ℓ보다 900배 이상 많은 수준.

해경은 당초 알려진 유출량과 크게 차이가 난데는 GS칼텍스의 허위진술이 원인이 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해경 측은 “송유관 밸브 차단 시간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들의 허위 진술과 서류 조작 등으로 유출량 산출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GS칼텍스 측이 유출량을 허위로 밝히면서 그 피해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경 조사결과 GS칼텍스 측은 당초 밸브를 잠갔다고 발표한 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밸브를 잠갔고, 사고 당시 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관리 감독하는 GS칼텍스 해무사도 부두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골칫거리’ GS건설 적자 수렁서 허우적
‘허창수 체제 2년’ 전경련도 사세 약화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피해지역 어민들과 수협 등은 GS칼텍스 측의 과실의 영향으로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초기 방제 작업도 실패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전남 여수지역 2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GS칼텍스 원유부두 해양오염 시민대책본부(이하 해양오염 대책본부)'는 지난달 26일 허 회장 친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대표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대책본부는 허 대표에 대한 형사 고발장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제출하면서 “해양환경관리법에 원유부두의 관리자는 사고발생 즉시 오염물질 종류와 추정량 등을 해경 상황실에 신고하고 적법한 방제 조처를 해야 한다”며 “GS칼텍스는 적절한 초기 확산방지 조치를 취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확산시킨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GS칼텍스 측은 피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도덕 반환경 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내야할 판이다. 업계에서는 보상금을 포함한 총 피해 규모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피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여수 기름유출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알짜 계열사
실적 부진 늪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인 ‘Baa3’로 낮췄다. 한 단계만 더 하락하면 투자부적격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무디스는 강등 이유에 대해 “GS칼텍스 핵심 사업인 정유와 파라자일렌 영업이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 물량의 6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 중동 생산이 늘면서 앞으로 12∼18개월 동안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실적도 좋지 않다. 2년째 위축된 영업이익이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2조20억원에 달했던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2012년 5109억원으로 떨어졌다. 4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9001억원까지 회복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여수 기름유출 후폭풍
천문학적 배상금 예고
신용등급·영업이익↓


업계 전문가들은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정제사업 부진을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GS칼텍스의 정유부문은 지난 4분기에만 1434억원의 적자를 냈다. 순이익도 적자전환 했다. 지난 4분기 GS칼텍스의 순손실은 1031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5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GS칼텍스는 3년째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012년 9월에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어 세금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는 처지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GS건설도 허 회장의 고민거리다. 2005년 LG건설에서 GS건설로 사명을 바꾼 후 8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9373억원에 이른다. 2009년 5679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1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유동설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GS건설은 현금 1조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에만  52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돌아오고 있다. 부채비율도 276%를 넘나들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착공 PF에
미래먹거리는?

GS건설이 타 건설사에 비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GS건설의 미착공 PF는 한강센트럴자이(2240억 원)를 비롯해 양주 백석도시개발사업(1950억 원)과 평택 동삭2지구(1750억 원) 등 모두 12군데이며 그 규모가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미착공 PF는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 사업성이 떨어져 계속 미착공으로 남을 경우 관련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GS건설 측은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등을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나리오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합정동 모델하우스 부지와 GS건설의 수처리 자회사인 스페인 이니마를 매각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해도 GS건설의 위기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설상가상 신뢰성에도 금이 갔다. 오는 12일 GS건설은 대규모 실적 악화 발표 전 이를 숨기고 수천억원대 회사채를 발행한 공시위반 혐의로 최대 20억원의 과징금까지 부과 받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지난해 2월5일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뒤, 이틀 뒤인 2월7일 4분기 영업이익이 8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측은 GS건설이 대규모 적자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간 GS그룹의 성장 열쇠는 LG로부터 분리된 ‘GS건설’과 ‘GS칼텍스’였는데, 두 ‘효자 회사’의 부진으로 허 회장의 고민이 상당히 깊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딱히 ‘이거다’라고 할 만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STX에너지(현 GS이앤알)를 인수했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발전 사업 운영은 물론이고 해외 발전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얘기했다. 기존 LNG 발전에 더해 석탄 발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보겠다는 말이지만, 그 성공여부를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다.

당장은 STX에너지의 자회사인 자원개발업체 STX 캐나다와 태양광 모듈업체 STX솔라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자회사 모두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업인지라 ‘의외의 복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STX캐나다는 연간 100억원 이상씩 순손실을 내고 있고, STX솔라는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만 130억원을 기록했다. 섣부른 인수가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리더십 부재
연임 자질 논란

거듭된 악재로 재계 맏형격인 허 회장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전경련 회장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허 회장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소통의 부재, 재벌기업 이익 옹호 등 ‘자질론’에 시달리며 수차례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취임 초기 보였던 소신발언과 구심점으로서의 리더십을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안 좋은 회사 상황 탓도 있었겠지만 허 회장 체제 2년간 전경련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으며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욱이 최근 여수 기름 유출 사건으로 허 회장이 전경련은 물론 기업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 것은 피할 수 없다”며 “허 회장 어깨에 실린 부담의 무게가 가중되면 전경련 회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허 회장이 실타래처럼 꼬인 그룹 안팎 문제와 위기의 전경련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스펙타클한 살얼음판 레이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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