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일가 ‘모자 분쟁’전말

2009.12.01 09:14:03 호수 0호

‘백신 명가’쑥대밭 위기

‘백신 명가’녹십자 일가가 고 허영섭 회장의 유산을 둘러싸고 ‘모자 분쟁’에 휩싸였다. 다툼의 주인공은 장남과 어머니다. 장남 성수씨가 아버지 유언장이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법원의 판단을 요청한 것. 허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한 지 불과 10일 만에 벌어진 ‘골육상쟁’을 들여다봤다.

고 허영섭 회장 타계 10일 만에 ‘골육상쟁’
장남, 어머니 상대 유언장 효력정지 가처분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 성수씨는 지난달 26일 “아버지의 뜻과 달리 어머니 주도로 작성된 유언장대로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어머니 정모씨와 유언 집행 변호사 우모씨를 상대로 유언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상속 과정서 왕따”



성수씨는 신청서에서 “아버지 사망 1년 전에 작성된 유언장은 녹십자홀딩스 및 녹십자의 주식 대부분을 사회복지법인이나 탈북지원사업에 출연하고 그 외 주식은 어머니와 동생들에게만 유증하는 것으로 작성됐다”며 “장남인 본인만 유언장 작성 과정에 참석하지 못했고 주식 증여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가 465억원 상당의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주식을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하고 본인에게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평소 아버지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밝힌 뜻과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뇌종양 수술을 받은 허 회장은 4개월 뒤인 11월 입원했던 서울대병원에서 부인 정씨와 변호사 우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언장을 작성했다.

지난달 15일 타계한 허 회장은 유언장에서 자신이 소유한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주식 82만여주 중 탈북자 지원사업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2곳에 41만여 주를 증여하고, 회사 재단법인 2곳에 각 10만 주씩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주식들은 모두 정씨와 차남 허은철 녹십자 전무, 3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상무에게 물려줬다. 장남인 성수씨는 아무런 상속을 받지 못했다.

성수씨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술 이후 장남의 병원 방문도 막고 일방적으로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어머니의 의사에 맞춰 유언장을 작성했다”며 “아버지는 수술 이후 자발적 언행이 불가능했음에도 이후 작성된 유언장은 구술이 아닌 서면으로 전달됐다”고 강조했다. 또 “아버지는 생전에 장남을 배제하고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장남이 동생들과 함께 회사를 물려받아 백신사업과 신약개발을 이어가길 바랐다”고 전했다.

성수씨는 녹십자 후계자 구도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허 회장의 세 아들 중 허 전무와 허 상무가 경영에 뛰어든 것과 달리 성수씨는 한때 녹십자 계열사인 지씨헬스케어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현재 물러난 상태다. 녹십자 경영구도에서 성수씨가 배제되는 분위기가 여기서 나온다. 녹십자 R&D기획실과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실을 각각 맡고 있는 허 전무와 허 상무는 지난해 4월 정기인사 때 승진했다.

지분도 두 동생이 형을 앞지른 상황이다. 허 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 12.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 지분 50.81%를 보유하고 있는 등 국내 10개사, 해외 현지법인 4개사 등 14개 계열사들의 지주회사격이다. 정씨는 1.57%, 성수씨는 0.81%, 허 전무는 1.03%, 3남 허 상무는 0.99%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성수씨를 제외한 이들 가족은 허 회장이 병석에 누워있던 지난 9월 이후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잇달아 늘려 경영권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성수씨는 보유지분을 늘리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경영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사가 허 회장의 동생 허일섭 녹십자 부회장이다. 허 부회장은 허 회장과 함께 지금의 녹십자를 일군 장본인이다.

허 부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지분 9.01%를 보유해 허 회장에 이어 2대주주다. 여기에 부인과 3명의 자녀들의 지분을 합치면 허 부회장 일가의 보유지분은 9.92%로 늘어난다. 결국 허 회장의 지분이 향후 녹십자 경영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경영권 다툼 비화?

녹십자 측은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신청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 상속을 정확히 하자는 문제”라며 “가족들끼리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