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수백억 탈세 의혹

2009.11.17 09:45:48 호수 0호

축소 신고는 했지만 세금 포탈은 아니다?

‘바른 먹거리’ 대명사인 풀무원이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면서 납품단가를 실거래가격보다 낮추는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240억원에 이른다. 풀무원의 한 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돈이다. ‘바르고 정직한 기업’을 추구하는 풀무원의 혐의를 들춰봤다.

‘단가 낮추기’ 240억원 빼돌린 혐의로 압수수색
검찰·세관 합동수사 “이미 내사서 정황 포착”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 9일 ㈜풀무원의 지주회사인 풀무원홀딩스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관 10여 명과 컴퓨터 전문가 4명을 동원해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홀딩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사하고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풀무원홀딩스에서 확보한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혐의가 드러나면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래가 조작 흔적



풀무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탈세다. 검찰은 풀무원이 2003년부터 최근까지 6년 동안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면서 240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콩을 10여 개의 납품업체들로부터 들여오는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조작해 돈을 빼돌렸다는 것. 검찰에 따르면 풀무원은 납품업체를 통해 관세율이 487%인 중국산 유기농 콩 1만9000여 톤을 수입하면서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관세청에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40억원이란 금액은 풀무원의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돈이다.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 213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 당기순이익 172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의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653억원이다. 풀무원은 이미 같은 혐의로 당국의 내사를 받았다. 검찰과 합동으로 수사에 나선 서울본부세관 외환조사과는 수입농산물 유통과 관련해 지난 5월 2주에 걸쳐 풀무원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진술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검찰 수사가 서울세관 심사의 후속 조치인 셈이다. 풀무원은 서울세관 심사 당시 요청한 자료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충분한 소명을 통해 혐의가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완전히 의혹을 털어내지 못했다. 서울세관 측은 “풀무원 압수수색은 지난 6개월간 기획심사를 바탕으로 검찰과의 공조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풀무원이 심사 때 해명과 소명 등 제출한 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바르고 정직한 기업’을 추구하는 풀무원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유기농·친환경 대표 기업이란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시켜온 풀무원은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해 두부, 콩나물 등의 원료로 쓰고 있다.

두부와 콩나물은 풀무원의 핵심 분야다. 4000억원대 규모인 두부시장에서 풀무원의 점유율은 60%로 1위를 점하고 있다. 900억원대 규모인 콩나물시장에서도 풀무원은 점유율 60%대를 오르내리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풀무원은 국내 콩 물량으론 제품들의 단가와 수요를 채우지 못해 2003년부터 중국 길림성 대산농장(1850㏊)과 흑룡강성 영춘농장(800㏊) 등에서 계약 재배를 통해 해마다 1000∼3000톤의 두부와 콩나물용 유기농 콩을 수입하고 있다.

풀무원은 농장과 매년 재배계약을 갱신, 콩 국제시세에 맞춰 가격을 책정해 국내에 들여온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콩은 국제시세에 10%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고 있다. 남승우 풀무원 사장은 “수입 농산물 관세 완화 등 해외 농산물에 대한 정부 차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남 사장은 평소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이번 검찰과 서울세관의 합동수사가 더욱 충격적이다.

남 사장은 UN(국제연합) 산하 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한국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 세계 7000여 개 기업들이 가입한 유엔글로벌콤팩트는 2000년 7월 UN의 공식기구로 발족한 세계 최대 자발적 기업시민 기구로, 반부패 등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 사장은 2007년 9월 한국협회가 설립될 당시 초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정한 거래를 통해 생긴 ‘부의 이전’을 정확히 기록하고 신고해 탈세를 없애는 투명경영이 정착돼야 한다”며 “기업들의 윤리경영으로 올바른 경쟁 풍토가 조성됐을 때 혁신과 창의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른 기업’ 명성 흔들

뿐만 아니라 남 사장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하는 윤경SM포럼 공동위원장과 한국CEO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바른경제동인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풀무원은 검찰과 서울세관의 수사에 대해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다만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입한 유기농 콩은 현지 도매상으로부터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입한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여왔기 때문에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지난 5월 서울세관 심사에 이어 이번에 다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이 수사에도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협조해 모든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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