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식품업체 제품에서 발견된 이물질로 인해 한 소비자가 2년째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8세 여자아이. 롯데제과의 풍선껌을 씹던 중 플라스틱 조각이 잇몸에 박혀 큰 상처를 입었다. 문제는 사고 이후 아이의 양쪽 치아가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 아이의 부모는 초기 한쪽 치아에서 발생한 문제가 치아 전체로 번지고 있다며 회사측에 이물질 사고의 위험성을 공론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민원을 접수한 회사는 문제의 이물질을 잃어버리는 등 안일한 자세로 사후조치를 취해 소비자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풍선껌 내 플라스틱 조각 이물질로 6세 여아 치아 녹아
“이물질 돌려 달라” 요구, 회사 측 “잃어버렸다” 황당 답변
충북 증평에 거주하는 김모(여)씨는 2년 전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난다. 지난 2007년 10월 아이 울음소리에 놀라 달려간 자리에는 당시 6살 된 딸이 입에서 피를 흘리고 앉아 있었다. 놀란 김씨가 아이의 입 안을 살펴보자 0.2∼0.3mm의 삼각형 모양을 한 플라스틱 조각이 왼쪽 어금니 치아 깊숙이 잇몸에 박혀 있었다.
사라진 이물질 조각
어머니 김씨는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아이의 입안에서는 아크릴처럼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며 “풍선껌을 씹던 아이가 갑자기 피를 토해내고 있다면 당시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냐”며 아찔했던 순간을 전했다.
놀란 김씨는 곧바로 롯데제과 고객상담실에 항의했고 소식을 접한 롯데제과는 다음 날 청주영업소 직원을 통해 문제의 이물질을 수거해 갔다. 그러나 일주일 뒤 롯데제과 측은 김씨에게 “수거된 이물질을 잃어버렸다”는 답변을 전했다.
김씨는 “이물질을 수거해 간 다음 날부터 회사 측에 전화해 이물질 반환을 요구했지만 당시 회사는 ‘청주영업소 직원이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 연락처를 모른다. 영업소 주소를 알려줄 수는 없다’는 등의 대답으로 회피하더니 결국 ‘영업소에서 이물질을 잃어버렸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황당해 했다.
김씨는 이어 “이물질을 잃어버렸다는 대답도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고 나서야 들을 수 있었다”며 “사람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는데 정작 대기업의 사후 처리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롯데제과는 이물질 분실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롯데제과 한 관계자는 “확인 결과 당시 청주영업소에서 이물질을 분실한 것이 맞다”며 “영업소 직원의 실수로 이물질이 본사에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난 후 발생했다. 풍선껌을 씹었던 아이의 왼쪽 치아가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
김씨는 “딸이 잇몸과 턱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 살펴봤더니 왼쪽 치아 2개에 성냥개비 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구멍이 나 있었다”며 “구멍 난 치아는 플라스틱 이물질이 박혀있던 잇몸에 자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한 달 후엔 오른쪽 치아 2개도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위쪽 치아까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씨는 “평소 치아에 충치라도 있던 아이라면 모르겠지만 멀쩡한 치아가 구멍이 뚫려가는 것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초기 회사 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물질이 없어 증거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껌과 이물질이 치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치과 측은 대기업의 이물질 논란에 얽매이기 싫다며 의사소견서 작성을 꺼려했고 결국 김씨는 두 달 동안 70만여 원의 자비를 들여 아이를 치료했다.
김씨는 “치료기간 동안 6살짜리 아이는 온몸이 묶인 채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 위에 누워야 했다”며 “마취가 깨고 나면 아이가 고통을 호소하는 통에 밤새 부둥켜안고 운 날도 허다하다”며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김씨의 딸은 사고 후 2년이 지난 현재 아래 치아 4개에 보철물 처리를 한 상태며 형편상 위쪽 치아는 추후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딸의 고통을 속으로만 삼켰다는 김씨는 최근 소비자보호원, 변호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초기 진료 병원을 찾아 진료진단서도 받아냈다.
진단서에 기록된 병명은 치수염. 전문의 문의 결과 “치수염은 충치로 인한 고통이 대부분이나 치아 등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신경이 손상돼 턱관절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 같은 진단서 등을 바탕으로 롯데제과 이물질의 위험성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어차피 대기업에 억울함을 호소해 봐야 이길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그동안 참고만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식품 내 위험한 이물질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정확히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치료비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시 1차 치료 완료 후 끝날 것 같던 아이의 고통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상 롯데제과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조사 후 사실을 공개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멀쩡하던 치아에 구멍
롯데제과 관계자는 “당시 이물질 발견 신고가 접수돼 제품 생산 공장을 확인했지만 풍선껌 제조 과정상 플라스틱이나 유리조각 같은 이물질이 들어 갈 수는 없다”며 “제품 내에서 나온 이물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본사는 혹시나 모를 작은 확률로 인한 사건의 개연성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보상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의사소견서 등을 분석한 이후 고객과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