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청량한 색감이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레 빨아들인다. 꽃과 물고기는 저마다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따스한 집들은 파란 물결 위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관객의 상상을 자극한다. 지난 9일 갤러리192에서는 서양화가 최미애의 15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최미애는 "일정이 맞지 않아 개인전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인연이 닿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내면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비록 일상이 어둠이라도 인간은 늘 희망이라는 빛을 찾아 어둠을 밝힌다. 밝음, 그것은 생명을 머금은 무형의 기표다. 만질 수는 없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밝음이라는 언어로부터 연상되는 정돈되지 않은 형상은 인간의 인식체계 밖에서 내면을 비춘다.
빛과 어둠
서양화가 최미애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빛과 어둠의 공존'을 주된 모티브로 언급했다. 분할된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그림은 어둠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감각적인 터치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빛과 어둠은 일반적인 의미의 빛과 어둠이 아니다. 한쪽의 이미지가 어둠을 상징한다고 해서 그의 그림이 어두운 것도 아니고, 빛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해서 눈부시게 밝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빛은 일종의 천국, 어둠은 현실이 대비된 세계로 풀이된다. 따라서 최미애의 작품은 천국과 현실, 그 중간지점에 있을법 하지만 물리적인 세계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형상을 표현한 결과물로 봐야 한다.
이처럼 최미애의 작품은 언어로 정의하기 힘든 형상의 조합이지만 그 형상마다 그녀가 불어넣은 고유의 생명이 살아 숨 쉰다. 그녀의 붓에서 탄생한 생명들은 그녀를 벗어나 관객의 내면을 비추는 매개가 된다. 그래서 최미애의 작품은 빛과 어둠이 아닌 밝음에 빚을 지고 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이 평한 것처럼 최미애는 현실과 상상을 교묘히 조합하여 자유로운 의식 및 감정의 항해를 유도한다. 관객은 현실을 떠나 그림 속에 진입하는 순간, 현실공간으로부터 이탈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분할된 화면 특징…자연 소재로 상상의 세계 표현
동양적인 선과 서양적인 물상 표현…블루톤 반복 편안한 느낌
'심상의 시각화'라는 전제 하에 최미애의 작품은 친숙한 자연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밝힌 꽃과 물고기, 오리, 풀잎 등이 매번 다른 형태로 배열된다. 또 벽돌집과 돛단배 등 서정적인 오브제도 곳곳에서 감성을 자극한다.
최미애의 작품들을 보면 푸른색 계통의 배경 처리가 눈에 띄는데, 이는 땅과 물이라는 각기 다른 물질을 형상화한 것이다. 최미애는 "평범한 풍경화를 벗어나고 싶어 땅과 물을 한 화면에 나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블루톤의 반복은 신비로움과 함께 청량한 느낌을 준다. 최미애는 "끊임없는 색의 대비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찾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녀는 "어려운 그림보다는 편안한 그림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관객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미애는 "동양화를 오래 해서 그런지 선은 동양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 외국을 자주 오가면서 서양적인 물상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녀는 "서정적인 그림이라 여자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컬렉터는 남자가 더 많다"며 웃음을 지었다.
편안한 그림
"반짝하고 사라지는 작가보다는 오래 그릴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 최미애. 그녀는 '여든이 돼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성공한 화가'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자신은 인터뷰를 잘 못한다며 미리 건넨 쪽지에는 "마음이 맑아지는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선(善)함을 주고 싶다"는 화가 최미애의 진심이 적혀 있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최미애 작가는?]
▲ 성신여대 미술대학 졸업
▲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 전공
▲ 개인전 15회(일본,프랑스,터키,미국,오스트리아,한국 등)
▲ 그룹전 15회(일본,이탈리아,프랑스,미국,홍콩,독일 등)
▲ 한국미술협회 회원/ 서울미술협회 회원 / 강남미술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