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vs 교보손보’ 불명예 대기록<대격돌>

2009.09.01 09:20:26 호수 0호

‘대박 보상금 터질라 얼음 위 낮은 포복

두 보험사 간 사상 최고 피해보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LIG손해보험과 교보악사손해보험이 주인공. 국내 자동차보험 보상 사례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기 다른 교통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들 보험사는 최대한 보상금을 줄이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회사의 재정 면에서도 그렇지만 최소한 불명예스런 대기록을 면하자는 경쟁구도마저 감지된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한 두 보험사의 물밑 발버둥을 들여다봤다.
 
국내 굴지 대기업 임원이냐 외국인 거부들이냐
사상 최고 사망보험금 지급 두고 ‘물밑 발버둥’


지난 7월, 아랍인들이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해고속도로 진례 나들목 부근을 달리던 쏘렌토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역시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갓길에 정차 중이던 벤츠를 덮친 것.
이 사고로 벤츠에 타고 있던 외국인 3명 등 일행 5명이 숨졌다. 이들은 국내 선박회사에 배를 주문한 선주들로, 거제도의 한 조선소를 찾던 도중 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수백억원 규모



앞서 지난 1월에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이 비슷한 경위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삼성전자 부사장(구미공장장)으로 재직하던 장모씨는 에쿠스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문의IC 부근에서 사고가 난 액티언을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갓길로 피했다가 뒤따라오던 쏘나타에 치여 숨졌다. 장씨는 휴일임에도 서울에서 직접 차를 몰아 구미로 출근하던 중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 사고 뒤 가해자 측 보험사들은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서로 닮은 두 교통사고의 사망자들이 수입 또한 고액 연봉자들인 만큼 지급해야 할 피해보상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보험업계에선 이 가운데 한 사건이 국내 자동차보험 보상 사례에서 사상 최대 액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보험사 임원은 “가해차량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는 종합 자동차보험이 보상해주는 민사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며 “운전자 과실과 거액 청구금액을 떠나 무조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해당 보험사들은 피해금 산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먼저 보험사에 청구될 피해금의 가닥이 잡힌 사건은 장씨 사망 건이다. 장씨 유족들은 최근 가해 차량인 쏘나타 운전자가 가입한 교보악사손해보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이 청구한 금액은 50∼6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유족은 사고 당시 55세였던 장씨가 정년 나이인 60세까지 삼성전자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 성과급 등을 감안해 청구액을 산출했다.
삼성전자가 퇴직한 임원들에게 상당기간 기존 대우를 보장하는 점도 청구금액에 적용됐다. 그동안 보험금 분쟁을 보면 법원은 통상적으로 사망자의 사고 당시 소득과 정년까지의 연령 등을 토대로 교통사고 사망보험금을 책정해왔다.

문제는 장씨가 정규직이 아닌 1년 단위의 계약직이란 사실이다. 만약 1년 계약기간만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보험금은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쟁점이 될 만한 이 점을 내세워 유족에 반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보악사 측은 일체 함구하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미리 언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구금액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송이 끝나기 전엔 할 말이 없다”며 “법적 절차가 끝나면 지급 보험금 규모가 나오지 않겠냐”고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교보악사의 거액 소송 소식을 접한 LIG손해보험 측도 좌불안석이다. 아랍인 선주들의 가해 차량인 쏘렌토 차주가 LIG손보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사망한 3명의 아랍인들은 각각 인도, 요르단, 파키스탄 출신으로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 선주협회 소속의 임원들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거부’들이란 얘기다. 일례로 한 선주는 국내 대형 조선소에 컨네이터선을 직접 주문한 거액자산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망 보상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는 사망 보험금이 아랍계 거부들의 수입 등을 고려하면 최소 1인당 100억원씩 모두 3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사망한 외국인 선주들을 포함해 나머지 사망한 2명의 일행에 대한 보상금까지 합치면 전체 보험금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400억원대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겠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장씨의 예상 보험금보다 8배가량 많은 금액으로 개인당으론 2배 이상 높은 액수다.
LIG손보 측은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론 해외 재보험에 가입한 탓에 느긋한 표정이지만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닌 눈치다.

만약 400억원의 보험금이 자체 지급되면 LIG손보로선 재정적인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는 LIG손보 1분기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200억원을 기록한 LIG손보는 지난 1분기(4∼6월) 3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400억원대 관측도

LIG손보 한 관계자는 “아직 청구나 협상, 소송 등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 절차는 진행된 바 없으나 회사 차원에서 고인들의 장례 절차 후 손해사정에 들어간 상태”라며 “국내 사건은 손해사정 작업이 보통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사망자가 외국인들이고 이들이 거액자산가인 점 등 때문에 두세 달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보험금을 가늠할 수 없으나 설령 수백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해야 되는 결과가 나와도 해외 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재보험은 최대 15억원까지 보상하고 나머지는 재보험사가 부담하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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