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2013.06.24 11:13:50 호수 0호

오쿠다 월드의 진수가 녹아 있는 통쾌한 범죄 스릴러

오쿠다 히데오 저 / 오후세시 / 1만2800원



오쿠다 히데오가 최초로 선보인 범죄 스릴러 소설 <소문의 여자>. 한 여자를 둘러싼 소문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을 유쾌하게 그려낸 오쿠다 히데오식 범죄 스릴러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위선적인 일상과 미궁의 여자가 일으키는 사건이 펼쳐진다. 10편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마다 각기 다른 화자의 시각으로 한 여자를 묘사하고 있다. 앞서 나온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 교묘하게 얽혀 들어가며 여자의 실체를 드러낸다.
일본의 어느 지방도시. 미유키라는 여자를 둘러싼 은밀한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녀는 불우한 집안에서 태어나 조용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대학에 들어갈 무렵부터 색기를 발휘해 팜므파탈로 변신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을 유혹하고, 아버지뻘 되는 남자의 후처가 되고, 고급 클럽 인기 마담으로 변신하고, 젊은 주지와 관계를 맺고 신도들을 조종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문이 퍼지는 가운데 그녀와 관련한 남자들이 몇 년에 걸쳐 연이어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가운데 그녀의 행적은 묘연해지는데….
작품마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인물을 등장시켜 인간의 본질을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잔혹할 만큼 리얼하게 그려내는 오쿠다 히데오.<소문의 여자>는 한 지방도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그러나 위선적인 일상과 그곳에 나타난 미궁의 여자가 일으킨 사건을 그리고 있다. 한 여자를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밝혀가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 궁극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녀의 진실이 아니라 별 볼 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비루하고 쩨쩨한 본모습이다. 이렇다 할 목표나 대의명분 없이 모두가 행하는 악은 악이 아니라고 눈감아 버리는 속물근성을 지닌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 신초샤와의 출간기념 인터뷰에서 “훌륭한 이론에는 영 소질도 없고, 소설로 세상을 계몽할 생각도 없다”는 말과 함께 <소문의 여자>가 자신의 작가적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 소설을 통해 가장 쓰고 싶었던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라는 것. 소설 속의 대화에 대해서는 단 한 문장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는 작가의 의도가 인물 간의 수다에 그대로 드러나 웃게 만든다. 그러나 읽다 보면 그 웃음이 우리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 번 쓴웃음을 짓게 되고, 결국엔 소문난 악녀에게 동조하고 싶어진다. 독자로 하여금 10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물론, 온갖 속임수를 일삼는 주인공 악녀마저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유쾌한 술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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