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서 공유 자전거 제동 불가 ‘쾅’⋯관리 허점 도마

2026.03.19 18:02:05 호수 0호

업체 “점검 결과 문제 없다”
재시험에도 제동되지 않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공유 이동수단은 이용 중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공적으로 검증하거나 제재할 장치가 마땅치 않아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 인천에서 한 이용자가 공유 전기 자전거의 브레이크 이상으로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안전관리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A(32)씨는 지난 2월 공유 전기 자전거를 빌려 타던 중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당했다. 발목이 붓고 손목과 허리에 타박상을 입는 경미한 상해였지만,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브레이크를 최대한으로 잡았지만 속도가 30km를 넘겼고, 길 끝은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였다”며 “만약 발로 제동하다 넘어지지 않았다면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지 구간에서 정상 작동을 확인한 뒤 이용해, 내리막길에서 이 정도로 제동이 안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대여 업체 B사에 기기 결함 의혹을 신고했다”며 “증거 보전을 위해 임의 회수 없이 우선 대여 중지 조치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갈등이 커진 부분은 기기 이상 신고 이후에도 업체가 줄곧 ‘문제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관할 지역 점검 담당자는 기기를 회수한 뒤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의문이 들어 해당 자전거를 같은 위치에서 다시 시험했지만, 브레이크는 여전히 밀렸다.


함께 제보한 영상엔 점검을 마친 자전거가 브레이크를 끝까지 쥐고 있음에도 주행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B사 고객센터는 “기기 결함 여부는 고객센터에서 판단할 수 없다”면서 “운영팀에서 점검을 통해 주행 중 의도치 않은 가속 여부, 감속·정지 상태, 브레이크 작동 상태 등 안전 관련 항목을 확인했으나, 당시 동일 증상이 재현되지 않아 ‘정상 작동’으로 확인됐다는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A씨는 “업체 관리 소홀을 함께 검토해 달라고 경찰에도 문의했으나 ‘민사 건은 도와줄 수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 신고를 안내했다”며 “구청 역시 공유 전기 자전거 이용 중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현행 제도상 업체에 대한 제재나 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통상 페달을 밟으면 전동기가 작동하는 방식인 전기 자전거는 PM과 같은 부류로 인식되기 쉽지만, 실제 법적 분류는 다르다. 전기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같은 범주로 취급되며,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분류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전동 킥보드 등 PM을 전제로 한 규제나 관리 체계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 데다, 지자체 감독 권한도 제한돼 업체 관리 소홀이 곧바로 행정처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청 관계자는 이날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기 고장만으로는 지자체가 곧바로 제재에 나서기 어렵고, 업체가 고의로 방치한 정황 등이 입증돼야 관련 규정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며 “현행법상 지자체가 민간 공유 이동수단 업체를 상대로 정기 점검이나 운영 실태 감독을 할 권한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안전교육이나 홍보 캠페인 등 예방적 조치가 중심”이라며 “다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지자체가 위탁한 자전거보험을 통해 배상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사 민원 접수 현황에 대해선 “대여 업체들이 킥보드와 자전거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민원은 전동 킥보드 쪽에 집중되는 편”이라며 “보행로 운행이나 다인 탑승 등 이용 행태 관련 민원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제도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에 찾아가거나 공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해 왔다”며 “행정안전부에서도 킥보드뿐 아니라 공유 자전거 문제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 원인과 관련해선 “대여 업체가 지자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허가 취소 같은 직접 제재가 어렵다”며 “국회에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지자체 조례 제정이나 관리 권한 부여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기 자전거의 브레이크 이상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1월 <SBS> 보도에 따르면 한 고등학생이 공유 전기 자전거를 빌린 지 30초도 채 되지 않아 도로를 달리던 택시와 충돌했다. 해당 학생은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았지만 속도가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고로 본인과 택시 탑승자 치료비 등 수백만원대 손해가 발생했지만, 업체로부터 보상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여 업체는 기술 결함 소견서를 통해 “약 50분 전 다른 이용자의 대여 기록에선 정상 상태가 확인됐다”는 취지로 답했다. 기기 결함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당시 김정화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점검과 안전 확보에 대한 것들을 오롯이 맡겨두기보다는, 공공 체계 내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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