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수억원대 사기 혐의 피소 “그냥 쓰라고 줬던 돈”

2025.11.04 13:33:04 호수 0호

“기망 의도 없어 사기 아냐”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전 축구 국가대표 출신이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이천수(44)가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4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이천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접수된 고소장이 제주경찰청으로 이관됐으며, 경찰은 이미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

고소인 A씨는 이천수의 오랜 지인으로, 평소 밀접한 관계였으나 금전 문제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이천수는 ‘수입이 없으니 생활비를 빌려달라’며 A씨에게 2023년 말까지 갚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A씨는 2021년 4월까지 9회에 걸쳐 총 1억32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이천수가 연락을 끊고 약속 기한까지 한 푼도 갚지 않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또 이천수가 2021년 4월 외환선물거래 사이트에 5억원을 투자하면 매달 수익금을 배분하고 원금도 반환하겠다며 투자를 권유했고, 이에 지인 B씨 명의로 5억원을 송금했지만 1억6000만원만 돌려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천수 측은 “돈을 받은 건 맞지만 A씨가 그냥 쓰라고 준 돈이었다”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외환선물거래 투자 권유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속이는 기망 행위 ▲그로 인한 착오와 재산상 처분 행위 ▲가해자의 재산상 이익 취득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 불법영득의사 등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

법조계에선 돈을 건넸을 당시 변제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 피해자가 착오에 빠져 돈을 건넸는지 등이 주요 쟁점 사항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히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가 인정되지는 않으며, ‘애초부터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며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천수는 과거에도 사기 의혹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08년 12월, 40대 남성 송모씨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 당시 송씨는 이천수가 자신에게 ‘돈을 굴려 이익을 내주겠다’며 1억원가량을 받아갔으나 제때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이천수를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최종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천수는 “2년 전 소개로 한번 만난 고소인과 1억원씩 재테크를 위해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회사가 망하면서 피해를 봤다”며 “나도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이후 2010년에는 이천수가 수십억원을 빌려준 40대 남성 문모씨가 갚지 않아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나, 이는 별개의 사기 사건으로 당시 이천수는 피해자였다.

이천수뿐 아니라 운동선수 출신이 금전 문제로 사기 혐의에 연루된 사례는 적지 않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은 2019년 필리핀에서 지인으로부터 카지노 도박 자금 8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4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애초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투수였던 윤성환 역시 2020년 지인 4명에게 총 4억5000만원가량의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3월 “지위와 명성을 이용해 거액을 편취했다”며 윤성환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유명인의 지위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금전거래가 문제로 비화하는 경우, 단순 채무불이행인지 기망에 의한 사기인지를 가르는 법적 판단이 갈리며,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직은 이천수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 명목 금전거래의 성격, 외환선물거래 투자 권유의 실재 여부, 변제 의사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천수는 현역 은퇴 이후 방송인으로 전향해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운영 중이다. 구독자 수는 약 78만명에 달한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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