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받는 보증보험의 함정

2025.09.23 15:14:08 호수 1550호

전세 사기 방지? “반환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보험을 들었지만, 오히려 보증금 반환에 애를 먹고 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서 채권이 공사 측으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공사와의 계약도 자세히 봐야 하는 상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전세 사기 이후 전세 계약 시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하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보증보험에 가입한 이후 반환 채권이 HUG 쪽으로 넘어가면서 보증금반환소송에 애를 먹는 사례도 늘어났다.

안전?

대법원이 발표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임대차보증금 반환 사건은 2019년 5703건에서 2023년 7789건으로 5년 새 36.6% 증가했다. 특히 전세금 반환 사건 비중은 2.13%에서 2.76%로 상승해 민사 분쟁 중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최근 1~2년 사이 사건 수가 급속히 늘어서 2022년 3720건이던 소송이 2023년 7789건으로 1년 만에 두 배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전세보증사고 사고액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 따르면, 연간 보증사고 규모는 증가해 2021년 5790억원에서 2022년 1조1726억원, 2023년 4조3347억원, 지난해 4조4896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전세 사기 불안에 보증보험 가입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2017년 9조5000억원이던 반환보증 가입 액수는 이듬해 19조원으로 두 배 늘었다. 반환보증 가입 규모는 이후 매년 큰 폭으로 늘어 2022년 55조5000억원에 이르렀고, 그해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가 벌어지자 더욱 커졌다.

2023년 가입액은 71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해는 다소 줄어든 6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들이 제기한 소송은 ‘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기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서 임차인들의 채권이 HUG 측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증보험에 가입시 채권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요했다.

전세금 반환 사건 2배 증가
보험 가입 임차인 소송 기각

부동산전문변호사인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과정에서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양도 절차가 완료된 경우, 전세금 반환청구권은 이미 HUG로 넘어간 상태”라며 “이런 경우 임차인은 소송 대신 HUG에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HUG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요건 심리 후 본안에서 ‘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내린다”며 “임차인은 이로 인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한 뒤 다시 HUG를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보증보험 미가입자는 계약 종료 후 곧바로 전세금반환소송을 낼 수 있지만, 가입자는 절차가 전혀 다르다”며 “채권양도 여부 확인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계약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으로 ▲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구체적 조건 ▲채권양도계약 체결 여부 ▲임대인의 재정 상태와 세금 체납 여부 등을 꼽았다.

또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마음이 있더라도 채권이 HUG로 넘어가면서 혼란을 빚은 사례도 있다.


신도림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지난해 이사하는 과정에서 전에 살던 집의 임대인과 해당 이유로 갈등을 겪었다. 그는 계약 당시 보증보험에 가입했고, 이사 당일 HUG 측에서 보내온 ‘채권이 양도됐다’는 메시지로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채권 확인서로 임대·임차인 혼란도
“강제 가입 이후 절차 안내 미흡해”

<일요시사>와 만난 A씨는 “이사 날에 전세버팀목 대출을 새로운 집으로 갱신하고 새로 이사가는 집에 전세금을 줘야 하는데 임대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았다”며 “해당 문제로 임대인 측에 물어보니 ‘채권이 HUG에 있어서 HUG로 전세금을 돌려줬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일이 해결될 때까지 짐을 이삿짐센터에 맡기고 고시원에 단기로 들어가 살았다”며 “HUG 홈페이지에는 채권이 임차인에게 있다고 나와 있지만 안내하는 내용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자신의 사례로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HUG 보증보험에 가입을 하게 되면 HUG 측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임차인 전세보증금에 대한 채권양도 사실 알람’ 통지서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채권이 양도됐다는 통지만 할 뿐, 보증금 반환 절차에 대한 안내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 B씨는 “채권양도가 됐더라도 임차인과 임대인이 상호합의 하에 보증금을 임차인이 받을 수 있다”며 “이후 절차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측에서 보증보험을 해지하게 되면 보증보험 환불 확약서에 따라 보증료를 환불받으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전세 사기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임대사업자 뿐만 아니라 개인 임대인도 보증보험을 가입하게 했고, 이후 이런 절차를 전혀 모르는 임대인들이 많아졌다”며 “제도적으로 강제하게 만들었으면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보증보험 가입부터 퇴실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며 주의를 요했다. B씨는 “계약 단계부터 구체적인 면 하나 하나 살펴봐야 하고 이후 절차에 대해서도 알아놔야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그렇게 조심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분쟁 발생 시 바로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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