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여탕 수건 추가요금은 성차별? 인권위 해석 논란

2025.09.04 08:26:47 호수 0호

법적 강제성 없어 실효성에 의문부호
실험 결과도 나왔는데⋯일부 해체론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목욕탕에서 여성에게만 수건 이용료를 부과하는 데 대해 ‘성차별’로 판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여성을 잠재적 절도범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위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일 인권위는 “여성에게만 수건 이용료를 부담하게 했다”며 제기된 진정 사건에 대해 ‘성별에 기초한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관할 지자체에 개선을 위한 행정지도를 권고했다.

해당 업체(피진정업체)는 남성에겐 입장료 9000원에 수건 2장을 제공한 반면, 여성에게는 같은 요금을 받고도 수건 2장에 대해 1000원의 대여료를 별도로 부과했다. 이 같은 요금 체계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에게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인권위 진정으로 이어졌다.

인권위는 “수건 분실이나 오염은 이용자 개개인의 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통계적 근거나 실증적 자료 없이 특정 성별 전체에 불리한 조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일반화의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수건 분실이나 추가 사용으로 인한 비용 문제는 반납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추가 사용 시 개별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관내 목욕장 업소 36곳 중 25곳(69.4%)에서 남녀 모두에게 동일하게 수건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앞서 여성특별위원회(여성특위, 여성가족부의 전신)의 판단 내용도 근거로 들었다. ‘남녀차별결정례집(1999~2000년도)’에 따르면, 여성특위는 한 온천 이용객의 시정 신청을 받아 서울 시내 목욕탕 2곳을 대상으로 2주간 표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여탕의 수건 분실률이 남탕의 약 4~6배 높았다.


그럼에도 당시 여성특위는 남탕에서도 분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여성에게만 수건을 유료로 제공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결론냈다. 또 일부 목욕탕은 수건 분실률이 높아도 단골손님 확보를 위해 수건을 무료 지급하고 있었으며, 다른 지역 목욕탕도 이처럼 운영하고 있어 특정 업체만 피해가 크다는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에 피진정업체는 “여성 사우나에서 수건 회수율이 현저히 낮아 재주문 및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결국 여성에게 수건 1장당 500원의 요금을 부과하는 관행이 형성됐다”며 “이미 관련 불만으로 시청의 현장 조사를 받았으며, 권고에 따라 수건 미지급 사항을 가격 안내표에 명시하기도 했다”고 소명했다.

관할 지자체는 “‘공중위생관리법’엔 가격(서비스 포함) 결정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가격 결정은 영업자의 재량 사항이므로 행정기관이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요금표를 통해 이용객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해당 업소의 서비스 제공 방식 변경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자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다수는 “실험 결과 여탕 수건 분실률이 더 높다는 게 통계적으로 확인됐는데 왜 차별이냐” “오히려 남녀의 차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고정관념” “남녀 문제를 떠나 수건을 무상으로 주거나, 유료로 하는 것은 사장의 권한 아니냐” “그럼 재주문에 따른 비용 등 업주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는 건가?” 등 인권위 결정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또 “통계가 버젓이 있는데 없다고 하는 건 뭐냐?” “그럼 업주가 받은 피해는 인권위에게 청구하면 되겠네” 등의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반면 “분실률 문제를 여성 전체에 전가하는 건 불합리하다” “관행적·경험적으로 그렇다는 게 차별의 이유가 되면 안 된다. 다른 차별도 그렇게 시작한다”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면 될 문제”라며 인권위를 지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누리꾼은 “남자들에게도 보증금을 받고, 반납 시 환급하면 된다. 성별 문제를 개인의 문제와 혼동해선 안 된다”며 “만약 대한민국의 남성 범죄율이 여성보다 높다고 해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추정한다면 다들 반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소수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예비 도둑 취급까지 받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의 원인은 일부에게 있음에도 그 책임을 여성 전체가 떠안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 3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당 문제가 여성 전체를 대상으로 일반화돼 프레임 씌워진 상황을 ‘차별’로 규정한 것이 이번 결정문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후속 조치에 대해선 “권고 후 9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회신받게 돼있으며, 불수용으로 파악되면 소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언론에 공표하게 된다”면서도 “다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요시사>는 한국여성단체연합에도 인권위 결정에 대한 평가와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의견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번 인권위의 조치가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관할 지자체 관계자는 이날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위생관리 등 법적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에 따른 조치가 가능하지만, 요금 부과 방식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재 인권위 권고 내용은 해당 업체에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업체도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스템 개선 등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면 우리와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에도 여탕에만 수건 지급을 제한하는 관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고,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불만제로>에서 수건 회수율 실험을 벌였던 바 있다.

당시 전국 50곳의 목욕탕을 조사한 결과, 90%가 수건 지급 시 남녀에 차이를 두고 있음을 확인했다. <불만제로> 제작진은 목욕탕에 수건을 쌓아둔 뒤 분실률을 확인하는 간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남탕은 95% 이상 회수된 반면 여탕은 80% 수준에 그쳤다.

그간 업주들이 호소했던 수건 분실률 문제가 실질적인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이후 일부 목욕탕에선 ‘훔친 수건’이라는 자수를 새기거나 분실 방지 칩을 부착하는 등 창의적인 자구책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법적 강제성도 없는 인권위의 시정 권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회의론도 제기된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부 여성들이 훔쳐가니까 그런 거라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 이 정도면 인권위 해체해야 하는 거 아니냐” “쓸데없는 인권위다. 그냥 해체가 답”이라는 등 다소 과격한 반응도 나왔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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