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의 민낯

  • 이윤호 교수
2025.03.22 00:00:01 호수 1524호

세상이 흉흉하다. 경제가 어렵고, 외교도 어렵고, 정치는 더 어렵다. 사회를 더 무섭게 하는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는 사건·사고 소식이다.



냉전 시대에는 전쟁의 공포, 먹고살기 어려웠을 때는 배고픔이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혔다. 냉전도 끝나고, 기아의 공포가 어느 정도 사라진 현 시대에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힌다.

그만큼 범죄는 일상을 힘들게 한다. 범죄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 스스로를 새장에 가두거나, 방범 시설과 장비를 구매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범인의 신상정보가 소위 ‘머그 사진(Mug Shot)’과 함께 공개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범죄 피의자 신상정보의 공개는 사실 두 얼굴을 가졌다.

일단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범죄를 두려워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안전함에도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범죄 피의자 신상정보의 공개를 이중 처벌이나 인권의 침해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사법 정의 실현을 확인시키고,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동기를 억제해 미래 범죄의 예방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사법제도, 특히 법원의 양형에 관한 불신을 희석시키는 대안이자,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범인의 인권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언론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사실 신상정보의 공개는 어쩌면 ‘공개적인 망신 주기(Public Shaming)’라고 볼 수 있지만, 시민의 법 감정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형벌에 대한 보완적 형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대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법원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어서 더욱 민감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무죄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제도가 기대하는 효과의 실현은 의문스럽다.

일단 장기형을 선고받은 피의자의 경우 재범의 우려 자체가 높지 않다. 중대 범죄의 피의자는 대부분 확신 범죄이거나 충동과 격정의 범죄여서 형벌에 의한 범죄 동기의 억제와는 거의 무관하다.

그럼에도 신상정보 공개가 사법제도와 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고, 사람들의 법 감정을 충족시킨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언론이라는 사회적 도구를 활용해 대중의 불만을 줄여주는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반인이 성폭력 범죄자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를 미리 인지하게 만들어 범죄 피해자화를 예방하게끔 만든다. 이 경우 범행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재범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처음부터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논란의 여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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