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고>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다른 사람 몸에 빙의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에겐 자신만의 육체는커녕 삶도, 이름도 없다. 39년을 살아오면서 줄곧 그랬다. 그저 빌려 쓸 수 있는 특정 지역 및 특정 연령대 남성들의 이름과 육체가 전부. 그만의 것이라곤 기생 존재로서의 삶을 기록해 둔 대여금고 하나뿐이다.
이 같은 기생 존재의 삶에 어엿하게 적응한 주인공은, 어느 날 낯선 숙주의 몸속에 빙의한다. 그 숙주는 우연히도 정신의학 연구소의 간호사였고, 그를 통해 숙주가 담당한 식물인간 환자의 사정에 대해 알게 된다. 그 환자가 식물인간이 된 이유는 사이코패스 아버지에게 정교한 뇌 실험이자 학대를 당해 뇌의 90%가 파괴된 탓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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