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 이윤호 교수
2024.12.21 00:00:00 호수 1511호

경찰 조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80년 경찰 역사에 전례가 없었던 이 사변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 또는 독립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여기서 독립이라는 말은 의사결정서의 ‘자율성(Autonomy)’, 즉 타인에 의한 통제, 지시, 정당하지 않은 영향력으로부터의 자유다. 

경찰의 독립성은 일선 경찰관과 상사 또는 지휘관 사이와 같이 경찰 조직 내에서의 ‘내부적 독립’과 정치권력을 비롯한 외부로부터의 ‘외부적 독립’으로 나뉜다. 독립성을 논할 때는 대체로 외부적 독립을 강조하며, 외부적 독립이 침해받는 환경이라면 경찰권의 운용 과정서 정부의 심각한 정치적 간섭에 노출될 수 있다.

경찰은 자랑스럽기보다는 부끄러운 역사가 더 많다. 한때 오죽했으면 경찰을 권력의 시녀, 권력 유지와 수호의 충견이라고까지 했을까. 과거의 경찰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은 고사하고 중립적이지도 못했다.

물론 민주화와 민권과 인권 향상에 힘입어 상당한 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보면 경찰은 사회가 바라는 만큼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군사정권 시절의 불행한 역사가 경찰의 정치적 종속을 만든 원인이겠지만, 민주사회서도 경찰이 완전히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서 드러난 경찰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력은 법으로 규정된 인사 제청권만으로 경찰 고위직을 얼마든지 줄 세우기할 뿐 아니라, 심지어 수사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승진 등 경찰 고위 간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에 누가 감히 중립과 독립을 외칠 수 있겠는가?

계급 정년이 옥죄고 있는 경찰 간부에게는 승진 외에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 검사야 옷을 벗더라도 변호사로 개업하면 되지만 경찰 간부는 그렇지 못하다. 그야말로 발가벗고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면 더더욱 승진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인사권을 쥔 정치권력에 매달려야 하는 구조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먼저 경찰관들이 승진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게 하자.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순경부터 청장에 이르는 11단계의 계급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계급 정년이라는 위협도 없애자. 그러면 승진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고, 소신껏 법을 집행해도 별도로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관이 될 수 있는 입직 창구를 순경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경찰의 입직 동기나 직무 만족은 승진이 아니라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직무에 대한 보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 총수의 임명 방식도 고민해볼 만한 사안이다. 현재는 대통령이 제청하면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이렇게 임명된 경찰청장이라면 최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국가경찰위원회를 지금의 심의기구가 아니라 완전히 경찰을 감시·감독 가능한 독립된 의결기구로 만들어 청장 후보자를 2~3배수로 추천해 대통령이 선택하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면 어떨까?

여기에 더해 경찰 고위직의 승진 등 인사를 행정안전부와 총리,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그럼에도 있을 수 있는 자의적·정치적 경찰권 운용을 방지하기 위 경찰위원회의 의결권을 강화하면 또 어떨까? 물론 경찰위원회의 구성을 현재 행장안전부, 총리,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절차가 아니라 국회, 시민단체, 학계 등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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