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북 도발에 직접 대처할 시점이다

2024.05.23 08:55:56 호수 0호

현재 북한에서는 남북한 간에 공용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용어들이 날벼락 맞듯이 사라지고 있다. ‘평화’와 ‘통일’이란 단어에 사용금지령이 내려졌다. 한 핏줄을 나눈 ‘민족’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도 사라진다. 남북한을 통틀어 지칭하는 ‘삼천리’라는 말도 없어진다.



김정은 발언 배경

김정은이 지난 연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와 지난 1월15일의 최고인민회의, 그리고 2월8일의 북한 건군절 행사에서 곧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단호한 어조의 연설로 이상의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남조선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입에 올리면서 윤석열정부를 비난했다. ‘남녘 땅’ ‘남조선’이라는 말도 쓰임이 끝났다.

김정은은 건군절 행사 때 “얼마 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 짓고 한국 괴뢰 족속들은 우리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며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평정, 합병하기로 한 것은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의 애국가의 첫 구절인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서 ‘삼천리’를 빼고 그 구절을 ‘이 땅에’로 바꿨다. 남북한은 전혀 별개의 민족, 별개의 국가기 때문에 남한 땅도 평화적 방법 아닌 군사적 합병 대상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한 일본학자는 “이는 전쟁 선언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체제 보전을 위한 통일 거부선언”이라며 “남북한이 1민족 2국가로서 적대적으로 공존하겠다는 뜻 같다”고 해석했다.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헌법에 반영되면서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연방제 통일이나 평화통일 3대 기본 원칙도 사라졌다.

강도 높은 도발 예고론

6‧15 선언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사라졌다. ‘조평통’이나 ‘한민전’ 같은 단어는 앞으로 북한의 대남방송서 듣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해체 예정인 탓이다. 김정은은 선출된 지도자도 아니고 유훈 통치로 세습한 독재자인데 전임자의 유훈을 이렇게 맘대로 지워도 탈이 없을까?

김정은의 최근 발언을 두고 평가가 다양하다. 미국학자들 가운데는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 예고로 보기도 하고 도발은 있지만 고강도 아닌 저강도 위협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김정은 발언을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거나 윤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남북 간의 긴장 수준을 높인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미국의 로버트 칼린과 지크프리트 해커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봐줄 것으로 전망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의 전력이 분산되는 상황을 이용해 고강도 도발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이 남한에 대해 핵 공격 시 지구상에서 북한을 없애겠다고 강력 경고했지만, 김정은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은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물론 이들의 견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이 시기에 꼭 떠들어 대고 싶은 말을 오히려 대변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랠프 코라는 달리 접근한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서 러시아 푸틴이 자국 안보가 위태로워지면 핵을 사용하겠다는 엄포 한마디로 서방 측이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공격 수준을 저하했으며 이 때문에 전시 중인데도 모스크바에 포탄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도 결코 ‘지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큰 교훈을 얻었고 그(김정은)도 유사한 도발을 자행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상의 두 견해는 모두 정세분석을 통해 도출된 추론일 뿐 뒷받침할 현장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저강도 도발 가능성

일각에선 전면전이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으레 있었던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전략 안보연구소 빅터 차 한국 석좌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평소보다 도발 수준이 375% 더 높았다.

한편 수미 테리는 이 같은 고강도 도발 주장에 대해 “주장을 뒷받침할 현장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대남 발언을 통해 평화통일 노선을 완전히 버렸다는 점 ▲현재 시점서 꼭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확증은 없는 점을 들어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수미 테리도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포격 도발을 계속해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비록 저강도 도발을 가해올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이 과잉 대응 시 확전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모든 도발에는 치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루스 베넷도 김정은은 핵 무력 사용 시 북한을 없애겠다는 미국의 경고를 두려워하면서 전면 도발은 물론, 고강도 도발도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상 도발의 유형을 열전과 완전히 나누어 분석하면서 한국에서는 제3의 유형 도발로 외형은 열전 같지만, 실제는 완전하게 전개되는 형태를 예상했다.

또 미국의 <정보판단서>(NIE) 최신판을 근거로 김정은은 패망할 최악의 궁지가 아니라면 핵 무력을 사용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2011년 권력을 세습하면서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적 비전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실현에 완전히 실패했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서둘렀으나 그것으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또 경제 총량서 북한을 50배 이상 앞서가는 한국의 존재는 항상 북한 정권유지에 엄청난 부담이 돼왔고 평화통일의 뜻도“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를 의미할진대 차라리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북한 사회에 미칠 남한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2022년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만들고 남한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인 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는데 이는 한국 문화가 북한 체제 변화에 미칠 영향에 매우 민감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제유지론

또 지난해 ‘평양 문화어보호법’도 개정, 한국의 MZ세대들이 흔히 쓰는 ‘오빠’ ’자기‘ 같은 표현을 북한 청소년들이 쓰지 못하도록 강력 단속하는 것도 김정은의 민감도를 잘 나타내는 것이고,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적인 것’을 연상시키는 모든 용어를 일상서 없애 나가기로 작심했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자기 생부인 김정일이 주창했다는 ‘우리 민족 제일주의’마저 폐기했다. 이는 체제의 절박한 위기를 말한다.

앞서 인용한 일본 학자는 “남북한이 핏줄을 같이 나눈 민족이라는 사실이 전술 핵무기의 선제 사용 공론화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정은 발언의 핵심은 남한의 영향력이 북한 사회에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비대칭적 힘’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정권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서 동족 부정, 평화통일 거부, 남북한의 별개 국가화’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한때 문재인정권의 대북 노선을 지지했던 학자들은 윤정부가 9‧19 선언의 일부를 배제하자 북한이 전부를 무효화시킨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윤정부의 강경정책이 남북대화를 막고 긴장감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담대한 구상’으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응할 것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반면, 김정은은 9‧19 선언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모든 선언이나 합의를 전면 무효화시켰다.

문재인의 판문점 선언을 포함해 모든 합의가 무효 처리됐는데도 무슨 헛소리를 떠드는가. 우리는 이제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장기목표는 될 수 있지만 더 이상 단기목표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기존 결의를 무시하는 한 대북제재는 더 이상 현실적 정책이 될 수 없다.

윤석열정부의 강경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서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서 오는 식량과 석유 에너지로 급한 갈증을 풀고, 수출 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다 공장들도 움직인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미사일 도발은 멈추지 않는다.

도발의 본질은 북한 정권 지키기다. 러시아의 협력을 받더라도 북한 정권은 체제의 대외 개방을 서두르지 않으면 내부의 고질화된 부정부패 때문에 다시금 빈곤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체제개혁보다는 그에게 익숙한 안보 위기 조성으로 정권을 지키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다. 이제 한국은 상황 논리상 북한의 모든 도발에 직접 대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지막으로 미군의 해외 전쟁 개입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한국을 철통같이 방어하고 핵 무력에 대한 확장억제를 누차 다짐하지만, 한반도서의 확전은 피하려 하며 김정은은 이 같은 회피심리를 악용하기 때문에 이제 국가안보의 책임은 우리가 맡아야 한다.

미국의 안킷 판다 카네기연구소 핵 전문가는 한국이 개발에 성공한 정밀성 높은 미사일 방어망이야말로 최선의 북핵 대처라고 평가하면서 방산 분야에 역점을 둘 것을 강조한다. 북한의 모든 도발 지점에 가장 정밀한 원점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 이상의 핵 안보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작금이야말로 우린 세계랭킹 10위만큼의 경제력과 방산 능력을 자주국방 능력으로 급전시킬 때다. 동시에 대내적으로 ▲대북 동조세력에 대한 철저한 발본색원 ▲북한 내부에 자유화의 물결 투입 ▲한국의 문화 능력의 대북 침투 강화 ▲핵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적 공세’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북한서 없어지는 모든 용어를 되살리면서 우리 주도의 통일역사를 도모하는 길이 아닐까?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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