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여름에 적정 실내온도를 26℃, 이번 겨울엔 20℃를 유지하라고 발표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쾌적한 실내온도는 23℃인데, 왜 정부가 여름엔 26℃로, 겨울은 20℃로 정했을까?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겨울에 2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거나 여름에 26℃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기후 전문가의 얘기는 달랐다.
겨울에 실내온도가 20℃ 이상이 되면 실외온도와 차가 많이 나 감기에 걸리기 쉽고, 여름에 실내온도가 26℃ 이하가 되면 역시 실외온도와 차가 많이 나 냉방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용 문제도 틀린 건 아니지만 실내온도와 실외온도 차로 발생하는 건강 문제가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 겨울엔 추위에 대해 여름엔 더위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쾌적한 실내온도 20℃~26℃ 중에서 겨울엔 20℃가 여름엔 26℃가 적정 실내온도가 되는 것 같다.
겨울의 적정 실내온도 20℃와 여름의 적정 실내온도 26℃를 통해 사계절의 적정 실내온도를 계산해 보니, 겨울은 20℃, 가을은 22℃, 봄은 24℃, 여름은 26℃가 맞을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사이클에서, 가을은 겨울에 진입하는 계절이기에 가을의 적정 실내온도는 겨울의 적정 실내온도 20℃에 가까운 22℃고, 봄은 여름에 진입하는 계절이기에 봄의 적정 실내온도는 여름의 적정 실내온도 26℃에 가까운 24℃라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 위기를 감지하고 한동훈 비대위체제를 가동했다. 국민의힘이 적정 보수 온도에 못 미쳐 당이 흔들리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에 맞는 적정 정당 온도, 즉 적정 보수 온도를 설정해 놓고 이를 잘 유지해야 한다.
특히 보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정 보수 온도를 유지해야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보수정당이 될 수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장관 때까지만 해도 적정 보수 온도를 넘어 원칙을 중시하는 최상의 보수 온도 행보를 자주 보여왔다. 그러나 이젠 적정 보수 온도를 유지하면서 중도 온도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보수 온도를 넘어 최상의 보수 온도만 지향하면 중도 온도와 점점 멀어진다는 걸 한 비대위원장도 모를 리 없다.
만약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검사 대 피의자’ 같은 구도로 몰고 간다면 우리 국민은 아직도 적정 보수 온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한 비대위원장으로 낙인찍을 것이다.
적정 보수 온도를 설정할 때도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이나 보수세력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답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적정 보수 온도가 총선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까지 비대위 체제 대신 대표 체제로 갈 것 같다. 현재 적정 진보 온도를 넘어서 있는 민주당은 자력으로 적정온도를 맞추려는 분위기다.
진보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공천 및 비명(비 이재명)계와 내분 문제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민주당 역시 적정 진보 온도를 설정하고 이를 잘 유지해야 총선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진보정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국민이 국민의힘의 한 비대위원장이나 민주당의 이 대표가 적정 정당 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보수병이나 진보병이 국민에게까지 전염되는 걸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건 비대위원장이건 대표건 진보나 보수의 정체성만 주장하다가 확장성을 잃게 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또 적정 정당 온도를 무시하고 진보나 보수의 영역을 벗어나 적정 진영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도 국민으로부터 배척당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 후보들의 행보를 보니, 적정 정당 온도에 못 미치는 후보와 적정 정당 온도를 넘어서 있는 후보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분명한 건 당과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적정 정당 온도를 유지하는 후보가 당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경선서 후보로 뽑힐 것이고, 오는 4월10일에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총선은 겨울과 가을 같은 민주당의 적정 진보 온도(20℃-22℃)와 여름과 봄 같은 국민의힘의 적정 보수 온도(24℃-26℃)를 어느 정당이 더 잘 유지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의 적정 중도 온도(22℃-24℃)를 얼마나 잘 포용해 중도층까지 확장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린 싸움이 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적정 실내온도가 중요하듯, 정당도 총선 후보도 현재 상황서 적정 정당 온도를 잘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적정 정당 온도를 우리 국민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점을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가 염두에 둬야 한다.
유권자도 적정 선거 온도나 적정 진영 온도를 잘 분별해 총선을 품격 있게 치러야 한다.
정부가 실내 적정온도로 여름이나 겨울에 23℃를 유지하라고 발표하지 않고, 여름엔 20℃, 겨울엔 26℃를 유지하라고 발표하듯이, 우리 국민도 중도를 지지하기보단 보수나 진보를 더 지지하고 있다. 양대 정당이 여름과 겨울로 이분화된 기후변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