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저격수’ 추미애의 변심

2023.07.10 13:20:57 호수 1435호

문 나와 이 칼 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다르크’가 돌아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선전포고 하듯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 대통령, 전 당 대표 등 아군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1차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작심 발언의 의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그리고 법무부 장관까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입지전적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추 전 장관이 최근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문정부
구원투수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열을 올렸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 당정의 역량이 집중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됐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임기 말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해 방점을 찍었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국정 최우선 과제를 완수할 이른바 ‘칼’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추 전 장관은 조 전 장관 의혹에 관한 수사로 문정부와 척을 지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 장관 취임 때부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고한 것보다 높은 수위의 행보가 이어졌다. 인사권, 수사지휘권 등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윤 대통령과 맞붙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추윤 대전’이라는 말로 명명될 만큼 치열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 시기였다.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손발을 잘라냈고 수사지휘권을 통해 운신의 폭을 좁혔다. 여기에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해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020년 12월24일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했던 문 전 대통령은 법원 판결 다음 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추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제청을 한 뒤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언급
임명권자에 전 대표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이 시기의 일이다.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서 문 전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것. 추 전 장관의 발언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특히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이 아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쪽으로 총구를 겨눈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서 법무부 장관직서 내려온 것이 문 전 대통령이 물러나 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을 받은 뒤 중간에 농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무총리를 통해 해임 건의를 해달라’ ‘자의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서도 결론은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추 전 장관의 뒤늦은 주장에 민주당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갖가지 악재로 어수선한 상황서 추 전 장관의 폭탄 발언에 당황하는 눈치다.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 수습을 하려는 시도에도 추 전 장관의 총구는 계속 불을 뿜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2021년 초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자 이 전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윤대전
판정패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문정부가 일관되게 약속한 것이다. 그것을 (이 전 대표가)선거 관리 차원서 유불리를 계산해 좌초시킬 반찬거리가 아니었다”며 거듭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를 연이어 공격하자 민주당 내부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낙(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 데 이 전 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며 “계속 이러는 건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추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정치적으로 재기하려고 그런다고 본다. 근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동공신으로 추 전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꼽았다. 특히 추 전 장관이 직무집행 정지 등을 진행하면서 윤 대통령에 박해받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의 체급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정치권에 뛰어 들었고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윤 대통령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대통령이 되는 데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본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싶다”고 덧붙였다. 

자살골
흑역사

문정부서 요직을 맡고 이 전 대표와 당정 간 합을 맞췄던 추 전 장관이 폭로전에 나서면서 총선, 공천, 이 대표 등이 언급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대표 쪽으로 줄을 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추 전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엄호는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추 전 장관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의 계파 갈등에 대해 “(이 대표는)오히려 사법 피해자”라며 “검찰 정권이 사법 리스크를 만들어가는 건데 이 사법 피해자에게 ‘당신 때문’이라고 하며 집안싸움에 전념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 대표의 상황을 간디의 ‘무저항 정신’에 비유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런 국가 폭력에 대해서 이 대표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며 “자꾸 방탄국회라고 하니까 (이 대표가)‘그래 나 다 내려놓겠다’고(한 것이다) 어떤 보호장치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무저항 정신으로”라고 언급했다. 

일단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 같은 의구심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추 전 장관과 이 대표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할 그런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의 폭로와 이 대표의 연관성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에 충정으로서 본인 일을 해오며 느낀 소회를 말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사이의 인사 문제에 관해선 사실 비공개고, 그것을 논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 보고 작심발언?
이 대표와 주거니 받거니?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 역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추 전 장관의 발언에 이 대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저격하고 당시 당 대표였던 이 전 대표를 저격하는 것이 어떻게 이재명 대표에게 줄을 서는 것이 되겠냐”며 “오히려 더 부담돼서 줄을 서려고 해도 줄 설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의 ‘아군 저격’ 행보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추 전 장관의 ‘흑역사’가 이 대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 적이 있다는 점이다. ‘드루킹 특검’으로 정치 생명이 끊어지다시피 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으로 이 대표는 대선주자로 동력을 얻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8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은 자체 수집한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정황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드루킹 사건’의 발단이다. 같은 해 4월 ‘드루킹’ 일당이 구속되면서 김 전 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사건은 당시 여권의 대형 악재로 확대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특검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지사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서도 형량을 줄이지 못했고 대법원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추미애 원죄론’이 등장했다. 

그와 별개로 ‘친문 적자’로 불렸던 김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추 전 장관의 당시 행보가 민주당의 대선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어디에?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총선을 9개월 앞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개혁의딸, 개딸)을 잡기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현재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계파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총선이 다가오고 공천 전쟁이 시작되면 계파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그때 추 전 장관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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