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친구와 술 한 잔을 하게 됐습니다. 많이 마시지 않아서 집에 갈 때 직접 운전했는데, 주차장에 도착해 하차한 직후, 경찰관들이 오더니 누군가 신고했다며 음주측정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집까지 와서 음주 측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그냥 집으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부당하게 저를 제지하려 했고, 화가 난 저는 저항하다가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너무 억울한데 공무집행방해가 되나요?
[A] 형법 제136조에 의하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공무원에 대해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도 위와 같이 처벌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 성립합니다. 적법한 공무집행이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고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춰야 합니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의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객관적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구체적 사정에 비춰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런 직무수행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에 보면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을 위반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도면 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08년 법원은 “주취운전자가 경찰공무원의 음주 측정을 위한 동행요구를 거부하면서 그 경찰공무원을 폭행할 것처럼 행동했더라도, 호흡측정기에 의한 적법한 음주 측정 요구가 없었다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죄는 성립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 강제연행돼 음주 측정 요구에 재차 불응한 행위 역시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음주 감지기를 경찰차 안에 두고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만취한 상태로 시동이 걸린 차량 운전석에 앉아있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음주 측정을 위해 하차를 요구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이 정한 음주 측정에 관한 직무에 착수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다며 다투자 경찰관이 지구대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하자고 한 것은 음주 측정에 관한 직무 중 ‘운전 여부’ 확인을 위한 임의동행 요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도주한 것을 임의동행 요구에 대한 거부로 보더라도, 경찰관이 음주 측정에 관한 직무를 계속하기 위해 피고인을 추격해 도주를 제지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로써 정당한 직무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위법한 행위에 의한 연행이 있었다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질문자의 경우 적법한 공무원의 공무집행으로 봐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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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형사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