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페미니즘

2020.07.06 10:08:49 호수 1278호

리타 그로스 / 동연 / 2만5000원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혹은 글쎄, 될까? 전통적인 불교의 입장은 전자라고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 불교의 가르침은 고통으로 가득 차고 무지에 휩싸인 상태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평온을 얻음으로써 궁극적인 해방을 추구한다. 그래서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수행자에게 완전한 깨달음을 향하는 구도의 길이 권장된다. 그러나 붓다 사후 수 세기 만에 승단이 권력을 가지게 되고 존경과 권위를 부여받으면서 성차별이 싹트기 시작해서, 마침내 여성은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신념이 퍼지게 되었다. 그래서 성에 대한 가장 대중적이고 오래된 불교적인 태도 가운데 하나는, 여성은 불행한 존재이며 여성으로 태어나는 연유는 나쁜 업보의 결과라는 인식이다. 
오늘날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서 비구니 승단이 사라진 것은 가부장적 위계질서의 고착으로 인한 여성혐오적 성차별과 편견이 매우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는데, 저자가 이 책에서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불교의 ‘재평가’를 요하는 문제의식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도 깨달음을 얻고, 붓다가 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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