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다시 떠나다’ 강유진

2019.12.09 14:40:31 호수 1248호

바뀌는 삶의 터전을 화폭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자하미술관서 강유진 작가의 개인전 ‘On the Road Again 다시 떠나다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몇 년 주기로 계속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녀야 하는 강유진의 상황이 반영돼있다. 강유진이 경험한 유목생활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Gold Mountain, enamel and acrylic on canvas,130 x194 cm, 2019


강유진 작가는 주변 공간의 이미지를 소재 삼아 작업한다. 수많은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상황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선을 끌어당기고 고정시키는 것을 포착한다. 강유진은 그런 이미지들을 전유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과정서 강유진이 경험했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하나의 풍경

강유진은 가끔 작정하고 낯선 곳으로 이미지 여행을 떠난다. 초기에는 주로 도시의 스펙터클한 공간이 보여주는 시각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수영장이나 공항, 도심 속의 높은 건물, 대로, 갤러리나 미술관 등이 강유진 작업의 주요 소재가 됐다. 자연성이 제거되고 인위적 질서가 부여된 인공적인 공간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작업에 적극 활용했다.

그러다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면서 작업의 소재도 변했다. 여행하는 곳의 풍경과 주변의 소소한 체험, 자연물 등이 작품에 담겼다. 강유진은 시각적 끌림으로 채택된 소재는 캔버스에 옮겨지면 또 다른 이야기로 빚어진다왜 그런 소재들이 평면의 그림이라는 매체서 재현돼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유진이 풍경서 경험한 감흥은 화면으로 옮겨지면서 회화만이 풍길 수 있는 고유성으로 전환된다. 강유진은 소재의 구상성은 유지하면서 물감의 물성을 강조해 두 가지 상이한 요소 속에서 긴장과 균형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경계선 위에 그림이 위치하길 바란 것이다.


2∼3년에 한 번씩 옮겨 다녀
최근 미국 유타주로 이사해

이번 전시 ‘On the Road Again 다시 떠나다는 강유진이 미국의 유타주로 이사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했다. 여행길서 접한 풍경과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살았던 미국 뉴욕주의 시골마을서 경험한 이미지들을 소재로 한다. 강유진은 개인 사정상 23년마다 항상 낯선 곳으로 떠나고 적응하며 정착한다. 그리고 적응했다 싶으면 또 다시 떠나기를 반복한다.

그는 유타는 지금껏 살아온 동네와는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준다. 어디를 가도 동쪽엔 산이 길게 자리잡고 있어 산을 피할 수가 없다한국의 산과는 달리 갈색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 흔한 산이지만 나에게는 낯설고 경이롭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 Poinsettia, enamel and acrylic on canvas, 91.4 x127cm, 2016

이번 전시에 걸린 강유진의 작품은 유타주의 산을 주소재로, 뉴욕주서 경험한 시골마을의 자연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했다. 재료는 에나멜 페인트를 사용했다. 에나멜은 물감의 물성을 강조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재료다. 뿌리고 흘리는 기법을 통해 에나멜 페인트가 저절로 섞이는 우연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우연적 효과는 구체적인 형상 묘사를 제한하고 추상적인 요소를 적극 드러냈다. 화면에 매끄럽게 발린 에나멜 표면의 광택효과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미지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고, 시선을 화면 밖으로 반사시키기도 한다. 관객의 시선이 화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가 화면 밖으로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며 그 시선의 흐름은 유동적으로 변한다.

인위적 소재와 자연 이미지
관객들과 작가 경험을 공유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몇 년 주기로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녀야 하는 작가의 상황이 작업을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듭되는 떠남은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어디를 가나 한 가지 소재나 형식만 고수하는 부류가 있다면 강유진은 자신이 던져진 상황에 긴말하게 반응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서 많이 활용된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소재들은 인위적 선택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녹색과 붉은색의 대조를 재생산했다. 크리스마스 자체가 탄생과 부활, 재생이라는 신화적이면서 종교적 관념과 연관된다. 이는 자연에 내재하는 상보적인 힘의 조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 Holly Bush, enamel and acrylic on canvas, 91.4 x127cm, 2016

작품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잘 쓰는 붉은 색과 붉은 열매가 올라 있는 케이크가 세밑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호랑가시 나무작품에는 붉은 열매들, 그것을 패턴화한 것들, 케이크 등이 여러 버전으로 나타나 있다.

거리 두기


강유진은 멀리서 바라본 산이나 가까이서 바라본 식물의 형태는 모두 자연이라는 하나의 뿌리서 온 것이다. 단지 그것들을 바라볼 때 거리를 얼마만큼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보인다나의 그림 또한 관객이 화면으로부터 각기 다른 폭의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추상과 구상, 뜨거움과 차가움, 우연과 의도 등 상반된 두 요소 사이서 여러 층위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강유진은?]

1977년생

학력

MA Fine Art, Goldsmiths College, University of London 석사(2005)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200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2001)

개인전

‘Splash!’ KSD갤러리(2019)
‘SEASONS’ 갤러리 치유(2019)
‘KANGYUJIN’ 두산갤러리(2015)
‘Finding Landscapes’ 갤러리 썬 컨템포러리(2012)
‘Into Europe’ Gallery Resy Muijers, Tilburg(2011) 외 다수

수상


Celeste Art Prize’ 06 Finalist(2006)
4회 세종 미술대전 우수상(2001)
노키아 아시아태평양 미술대전 지역 파이널리스트
(2001)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