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대학 교육, 유연성을 높여야

2019.10.22 15:05:10 호수 1241호

국내 대학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은 몇 년 새 자주 들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예견됐다. 그러나 대학 입학 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적어진다는 2020년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획기적인 대응방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 폐교를 유도하고 기준을 초과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나마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이런 와중에 해외캠퍼스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대학의 해외 진출 방법을 유연화하겠다는 방안은 앞서 언급한 두 대책에 비해 진취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이다.

필자는 해외캠퍼스 설립기준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라면서 두 가지 대학교육 유연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기존 대학에도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해야 한다. 북미와 유럽의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만으로 이뤄진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세계적 명성이 있는 대학을 포함한 대다수 대학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선 박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서 온라인 학위과정은 ‘사이버대학’이라는 명칭을 붙여 기존 대학과 구분하고 있다.  

기존 대학도 온라인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위 ‘인서울’ 대학으로 학생 쏠림이 우려된다면 기존 인가정원 내에서 과정을 개설토록 하거나 해외교포, 외국인, 신체장애로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별도의 온라인 캠퍼스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산하 퍼듀 글로벌(Purdue Global)이나 펜실베니아주립대 월드캠퍼스(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World Campus)가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이 가능해지면 국내외 학습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져 우리 대학의 외연을 크게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학위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서 석사학위를 받으려면 수업을 이수해야 하며 그 기간은 2년 또는 2.5년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고등교육 체계가 먼저 확립된 여러 나라서 석사학위 수업 기간은 1년 미만서 2년까지 다양하다. 영연방 국가 등에서는 수업을 듣지 않고 논문만 작성해 석·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엔 수여되는 학위도 제한돼있다. 전일제 수업을 이수하고 논문을 작성한 후 받은 석사학위와 야간·주말 수업을 이수해 받은 석사학위 간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석사학위는 수여한 대학원 명칭으로라도 구별되지만, 박사학위는 모두 PhD 학위를 수여한다. 국내에선 학술논문 작성 능력이 있어야 박사라고 인정하는 풍토가 있고 박사과정은 연구자가 되기 위한 교육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해외 여러 대학은 실용학문 분야서 다양한 유형의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경영학 박사학위는 전통적인 PhD 학위 외에  DBA(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DMgt(Doctor of Management) 학위도 있다. 행정학은 MPA(Master of Public Administration), DPA(Doctor of Public Administration)를, 심리학은 PsyD(Doctor of Psychology)라는 학위를 수여한다. 

우리 대학도 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차별화된 학위과정을 두고 다양한 명칭의 학위를 수여한다면 잠재적인 교육수요자를 대학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제안한 두 가지 방안을 결합하면 국내 대학이 뻗어 나갈 수 있는 영역이 지금보다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당장은 폐교에 대비하고 학교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학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해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해야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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