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노동법원, 기존 제도와 조화 이뤄야

2019.07.15 09:32:25 호수 1227호

이번에는 ‘노동법원’이 생길 수 있을까? 최근 노동법원 설치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공동 노력’ 조항이 신설됐고, 지난달 초에는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법원 설치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높다.



노동법원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참여정부 시절로부터 벌써 15년이 흘렀다. 노동법원 설치는 입법 단계서부터 번번이 가로막혔다. 노동법원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법원 설치를 찬성하는 이들은 노동사건과 노동관계법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노동법원 설치에 회의적인 이들은 이미 노동전담재판부가 설치돼있고, 전문법원이 필요할 만큼 노동사건의 수가 많은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노사가 서로 대등하지 않은 근로관계의 성격과 노사 양자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노동관계법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기존 제도와 조화를 이뤄 발전해나가야 한다.

노동법원 도입 시 노동위원회와의 관계가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 노동법원 찬성론자들은 노동법원이 설치되면 노동위원회에 심판 기능은 없애고 조정 기능만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위원회의 역할이나 조직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2019년 6월 기준 전체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사건 처리건수는 525건인데 비해 심판 및 차별시정사건은 약 9500건에 달한다. 노동위원회가 심판사건을 맡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14개 노동위원회에서는 하루 1∼2건의 조정·중재사건만을 처리하게 된다. 


반면 노동법원에는 한 해 수천건의 노동사건이 몰려들게 될 것이다. 전문법원이라는 점에서 노동법원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특허법원의 2017년 처리사건이 970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처리사건 수가 과다해 제대로 된 심리를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법원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노동위원회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한다. 노동위원회 심판사건 중 약 5%가량만 행정소송으로 이행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결과를 노사가 수용하면 7∼8개월 정도면 노동사건이 끝난다. 

그러나 노동위원회가 소기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한 소수의 사용자나 근로자가 전문화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수라고는 하지만 절대인원은 한 해 수백명이나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노동위원회와 노동법원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특허법원과 같이 노동법원을 고등법원급으로 설치하고, 노동위원회의 재결에 불복하는 경우 노동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재판 단계도 줄어들 뿐 아니라 노동위원회의 장점도 취할 수 있다. 물론 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나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후 노동법원에 불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위원회서 심판 대리를 한 공인노무사는 해당 사건에 한해 노동법원서도 소송대리권을 부여해 쟁송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심도 있는 사실관계 파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노사대표가 비직업 법관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제를 검토하는 노동법원서 변호인을 반드시 변호사로 제한할 이유는 없다. 

이번에는 노동법원이 순조롭게 설치돼 우리나라의 사법체계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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