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문신시술, 자격 규제 완화해야

2019.04.09 08:59:40 호수 1213호

국가는 법령 등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규제(規制)라 한다. 규제는 공정한 거래와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과도한 규제로 국민의 실생활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국가에서는 과도한 규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국무조정실에 규제개혁신문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불합리한 규제가 장기간 존속되는 사례가 있다. 문신(文身)시술 자격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서 문신시술은 의료행위에 속해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시술은 진피를 건드리거나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고 질병 전염 우려도 있다’는 것을 이유로 문신시술 행위가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 이후 현재까지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이 하는 문신시술은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서 일반적인 의미의 문신시술을 하는 사람은 2만명이고, 눈썹문신 등 미용을 위한 문신을 하는 사람까지 더하면 2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중에 합법적인 ‘의사 타투이스트’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은 불법행위를 유발하거나 그에 동조한 사람이다. 그 인원이 100만명을 헤아린다. 정부의 문신시술 자격 규제는 의료법 위반자를 120만명 이상 양산한 셈이다. 이중 몇 명이나 단속되고 처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문신을 새길 수 있는 비의료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면 규제가 준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는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일 정도다. 


문신시술의 자격 규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위법행위가 되다 보니 정부는 ‘못하게 하는’ 단속 외에 다른 행정지도를 할 수 없다. 문신을 행할 사람에 대한 교육, 시설, 시술도구관리, 보건점검 등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다. 의과대학서 교육받은 사람이 병원서 시술하는 것 외에는 모두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위생 관리가 잘될 리가 없고 시술을 받는 사람은 간염이나 에이즈 같은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해외서는 의사에게만 문신시술을 허용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면허제를 두고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허용한다. 프랑스는 보건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신고를 하면 영업할 수 있다. 우리와 같은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도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합법화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아직까지도 문신시술이 의료행위라며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라기보다는 예술행위로 받아들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가 나서 문신시술 제도를 양성화해야 한다. 자격증이나 면허제도를 신설해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넓힌다면 관련 교육 등이 활발해질 것이다. 문신시술 장소나 기구에 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안전한 문신시술을 도모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문신시술을 하는 이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도 넓게 보장될 수 있다.

기득권을 침해할 우려도 적다. 의사 중에 문신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문신시술에는 의학지식보다 예술적 감각이 중요하므로 의사면허가 있다고 해서 문신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그에 비해 대중의 수요는 훨씬 많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조직폭력배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은 개성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문신시술이 널리 합법화돼 국민 보건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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