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자를 말하다

2019.02.11 09:22:04 호수 1205호

이봄 / 메이트북스 / 1만5000원

우리는 타인이 나를 편견 없이 바라봐주길 바라지만 정작 자신은 편견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볼 때가 많다. 바로 여기서 단절이 생긴다. 국적도, 인종도, 나이도, 사는 시대도 저마다 다른데 각각의 개인이 겪은 시련과 도전을 우리는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영화 속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편견 없이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다른 영화 관련 도서와는 다르게 오직 인물과 스토리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캐릭터 분석과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얻은 개인적인 깨달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결혼이라는 줄을 타는 여자들’에서는 <우리도 사랑일까?> <매기스 플랜> <소꿉놀이> <인턴>을 통해 남편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투고 조율하는 일을 반복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과 힘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줄타기가 주된 내용이다. 2장 ‘엄마의 여러 얼굴’에서는 <바바둑> <줄리에타> <컨택트>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코파카바나> 5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모성애를 보여주면서도 엄마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3장 ‘딸들의 그림자’에서 소개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진저 앤 로사> <레이디 버드> 영화에서는 딸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적·외적 갈등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못난 부모에게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장 ‘어둠 속의 여자들’에서 소개되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미씽: 사라진 여자> <테레즈 라캥> <종이달> <블루 재스민>은 억압적인 사회 제도에 종속되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는 여자들의 모습이 담겨있어 특히 기혼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5장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소개된 <45년 후> <다가오는 것들> <스틸 앨리스>는 노화의 징후를 마주한 여성들이 마음속에서는 여성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며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늙음과 병듦,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련 속에서도 잘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며 살 수 있도록 지혜를 알려준다. 6장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에서는 <빅 아이즈>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통해 사랑하느라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희생을 하며 혹독한 대가를 치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에게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23편의 영화 속 여자들의 인생을 거울 삼아 깨달음을 주고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주인공들이 겪는 다양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자기 일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 속 여자들이 겪은 다양한 시련과 도전의 이야기는 여자로 태어나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그녀들에게 연대감을 느끼고 이 사회가 여자인 당신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대하는 성 역할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면, 이 책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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