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경영 전도사’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2011.10.19 11:10:00 호수 0호

“내일(My Work)에 대한 열정으로 행복한 내일(tomorrow) 일군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 3층 사장실.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소탈하고 차분했다. 시종일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열정만큼은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 지난 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박 사장에게 그만의 경영 노하우를 들어봤다.

“국제경쟁력 갖춘 상품 개발해 전기안전 한류화”
고객이 감동하는 회사…직원이 일할 맛 나는 회사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지난 30여년간 국무총리실 등에서 국가정책을 총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도맡아 해왔다. 정부나 정치권 출신 인사가 공기업 수장에 취임하게 되면 으레 낙하산 인사라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 그런데 박 사장 만큼은 예외였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6월 취임하자마자 박 사장은 유난히도 많았던 집중호우와 태풍, 큰 행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척척해냈다. 전혀 ‘초보’ 티가 나지 않았다. 그의 일처리 능력에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낙하산이라는 얘기가 나올 겨를이 없었다.

쉴 새 없는 현장경영



“CEO의 역할은 회사가 차질 없이 잘 운영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총리실 업무와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업무 적응이 좀 편했던 것 같아요.”

이처럼 발군의 리더십을 뽐내며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박 사장이지만 공사에 적응하기가 마냥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공기업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가 특히 그랬다. 박 사장으로선 보다 유연한 회사 분위기 조성이 시급했다. 딱딱한 조직이 부드럽게 돌아갈리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먼저 사복근무제를 실시했다. 또 동호회를 활성화해 직원들 간의 유대를 강화했다. 틈만 나면 직원들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등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젠 직원들이 먼저 찾아와 등산이나 낚시를 권유하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또 공기업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박 사장은 안전공사가 방만경영과 비윤리?비효율성 등의 세평과 다소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전공사의 경우 국가 예산이 아닌 일선 직원들의 땀 흘려 노력한 대가로 경영을 꾸리기 때문에 방만한 경영이 이뤄질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상여금을 줄이거나 재생지 활용을 추천하는 등 기타비용을 줄이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물론 실제 비용절감 효과는 미미합니다. 중요한 건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개선한다는 거죠. 그게 시작입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주변의 시선도 누그러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사를 재정비한 박 사장은 최근 ‘내일경영’이라는 경영화두를 내세웠다. 직원 개개인이 내 일(my work)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일 함으로써 행복한 내일(tomorrow)을 만들어 간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직원이 열심히 하면 자연스레 고객은 감동하게 되고 이는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를 위해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도 도입했어요. 높은 가치를 지닌 주식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것처럼 능력과 전문성이 뛰어난 조직구성원이 더 우대받는 것이죠. 공기업이 느슨한 결정적 배경이 마땅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에요.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우를 받는 풍토를 정착시킬 겁니다.”

박 사장이 임기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현장경영과 전기안전 관리시스템 선진화, 전기안전의 한류화 등이다. 박 사장은 현장경영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경영기획처 업무보고를 제외한 모든 보고를 뒤로 미루고 현장에 나갔다. 일선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알아야 공사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서다. 이후로도 박 사장은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법이 거의 없다. 아예 현장에 나가 살다시피 한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설비와 안전점검 등 전기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여건이 다른 만큼 모든 상황을 종합해 분석하고 현장에 맞는 답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박 사장의 또 다른 경영전략은 전기안전관리시스템 선진화다. 향후 화석연료나 수력에 의존한 에너지 사용형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안전시스템 역시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과거처럼 사후에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해 마련해선 안 됩니다. 국민과 산업계의 전기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선도적으로 안전체계를 마련, 민간이 그 시스템에 맞춰 설비할 수 있도록 제도나 기술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을 면할 수 있습니다.”

박 사장은 신(新)전기안전관리시스템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개발해 전기안전을 한류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우리 전기안전공사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실제 UAE나 에티오피아·방글라데시 등에 한국형 전기안전 기술이 투입돼 많이 쓰이고 있을 정도죠. 승산은 충분합니다. 이를 위해 최근엔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습니다.”

유연한 분위기

‘박철곤호’가 출항한 지 불과 100여일. 출발은 좋다. 문제는 앞으로다. 모진 풍파나 뜻하지 않은 암초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 박 사장은 자신에 찬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번 임기 내에 반드시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선두회사. 고객을 감동시키는 회사, 직원들이 일할 맛 나는 그런 회사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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