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고개 드는 심상찮은 ‘물갈이론’ 내막

2011.09.20 13:00:00 호수 0호

민심은 천심 “바꿔바꿔! 이참에 싹 다 바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현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심상치 않다.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물가 금리, 여기에 전세난까지 겹쳐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지자 ‘이대로는 안 된다’며 ‘바꿔야 산다’는 여론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매년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권에서 ‘물갈이론’이 대두돼 왔지만 최근에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물갈이론 목청이 높아져 현역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다른 사람 뽑겠다’ 61.4% 
‘현역 의원 다시 뽑겠다’ 21.8% 로 3배

지난 13일 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현재 거주하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무려 61.4%로 나타났다.
 
이는 ‘현역 의원이 한 번 더 하는 게 좋다(21.8%)’는 의견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현역 의원들에 등 돌린 민심을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또한 ‘안철수 신드롬’도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회의감으로 다가와 대폭적인 현역 의원 물갈이 요구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반 가속화
정치권 예의주시

16개 시?도 중 ‘현역 교체’ 응답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대전(78.0%)과 충남(70.5%) 등 충청권이었다. 이어 부산(66.8%), 충북(63.5%), 서울(61.7%), 대구(60.6%) 경기-경남(60.1%) 등의 순이었다.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23.5%에 이르고, 모름-무응답(23.4%)도 많아 기성 정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그쳐 정치권에 새로운 판도를 요구하는 욕구가 높았다.

따라서 절반에 육박하는 이들 무소속 후보 지지 또는 모름-무응답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에선 야권 후보 지지자(30대 36.9%, 40대 32.5%)가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보다 많았던 반면, 장년층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50대 28.3%, 60대 41.7%)이 야권 후보 지지자보다 많았다.

특히 지지 후보가 여야로 가장 크게 갈린 것은 30대로,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14.4%)는 야권 후보 지지자(3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현역의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의 33%는 야권 후보에게, 28.3%는 무소속 후보에 한 표를 주겠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은 17.4%에 그쳤다.

이렇듯 민심이반이 가속화 되자 정치권에서는 예의주시하며 전략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최근 지지층 이탈 징후가 나타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물갈이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도권과 함께 전체 선거의 판도를 좌우하는 PK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이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인사에서 대구·경북(TK)에 밀렸다는 소외감에다 동남권 신공항 무산과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한진중공업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권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남이 정치적 텃밭인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PK 지역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뒤진 것은 이런 민심의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 할 것 없이 부는 ‘물갈이론’, 긴장하는 현역들
기성 정치문화에 안주하고, 존재감 없는 의원 힘들 것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인 조경태 의원(사하구 을)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추석 때 접한 부산 민심과 관련해 “특히 지금 서민경제가 매우 힘들다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고, IMF 때 보다 더 힘들다는 그런 어떤 목소리들이 많이 있었다”고 전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들이 지난 설명절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권이 바뀌고 나서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난 이후에 대해서 특히 부산, 경남 쪽에서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 기대치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들 실망감으로 돌아선 것 같다”며 “과거의 정치 흐름을 보면 특히 PK는 한나라당이 많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분위기를 보니까 한나라당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이기는 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휴 기간 부산을 다녀온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친척들은 ‘그래도 우짜겠노. 한나라당 찍어야지’하는 반응이었지만 생계가 어려운 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 힘들다. 이제 안 찍어준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TK와 PK 지역의 공천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야당발(發) 변화의 바람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갈이론’을 놓고 한나라당 내부가 분열할 경우, 부산지역 전체 18석 가운데 불과 1석인 야권에게 상당수 의석을 내어줄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도 나온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드롬을 비롯한 최근 정치권의 바람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PK지역에서만 3분의1 의석을 충분히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PK 41개 의석 가운데 15개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부는
‘물갈이론’ 돌풍

경기·인천지역 정치권도 예사롭지 않다. 벌써 교체 대상자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야당보다는 여당 의원들의 교체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인지역 정가에서는 3·4선의 중진과 초선의 교체대상자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인천 한나라당의 한 4선의원은 벌써 자진사퇴 대상자에 이름이 올려졌고 친이계의 한 초선 의원과 당 충성도가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또 다른 초선의원도 교체대상자로 회자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도 일부 중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초기에 ‘무혈입성’한 상당수 초선 의원들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경기지역에는 3·4선 중진 의원들이 8명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아 이들 중진 의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교체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8대 임기동안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은 A의원과 각종 구설에 오른 경기 남북부 지역 3~4명의 의원 명단도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한나라당보다 교체율이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냉대와 야권연대를 통한 새로운 통합인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부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국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한 원내외 위원장 73명 가운데 42.5%인 31명이 내년 4월 총선 공천 및 본 선거를 통해 ‘50% 이상’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명중 4명은 물갈이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어 23.3%인 17명은 물갈이 폭이 ‘30~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답변은 ‘40~49%’(7명), ‘30% 미만’(6명) 순이었다. ‘답변 유보 또는 기타’는 12명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50%이상’ 물갈이를 예견한 의견은 한나라당에서는 33.3%인 12명이었고  민주당은 무려 51.3%인 19명이 ‘50% 이상’ 물갈이를 예상했다.
 
이는 한나라당 현역의원이 서울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를 타파해야 한다는 야당 위원장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살아남기 위한
생활밀착형 정치

‘안철수 신드롬’으로 인한 물갈이론도 심상치 않다. 서울시장 보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 파괴력이 심상치 않아 여야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안풍(安風)에 따른 물갈이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기국회 이후에 공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고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도 “엄격한 평가를 통해 능력 없는 의원들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거론돼온 30~40% 교체로는 새 인물을 원하는 국민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나라당 의원은 “기성 정치문화에 안주하고 있는 존재감 없는 의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최소한 50% 이상 교체되고 국민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새 인물 영입에 따른 물갈이가 대폭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활밀착형 정치를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최근 당내에서 야권의 통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기존 정치인에 대한 거부반응 완화차원으로, 앞으로 정당 간 연대 또는 통합에 의한 지분에 따라 교체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역들이 순순히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줄지가 의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 칠 모습이 불 보듯 훤한 이유이다.

한가지 명실할 점은 이젠 공천을 둘러싸고 ‘누구는 되고 나는 안 된다’는 식의 진흙탕 싸움을 국민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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