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 흔들리는 내막 추적-②

2011.09.13 11:05:00 호수 0호

틱틱~ 건드리는 정몽준, 방방~ 발끈하는 공주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 전 대표는 최근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견제용 발언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쏟아내고 있다. 종종 수위를 넘나드는 공격도 가함으로써 박 전 대표 참모진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있다. ‘안철수 쓰나미’에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 또 다른 ‘내홍’을 겪고 있는 ‘원칙공주’의 머릿속은 그래서 더욱더 복잡해 보인다.

자서전에 상세 서술, 기고문 대필 의혹도 제기
친박계 “정몽준, 드디어 발악” 신경질적 반응

정치권에서는 이를 정몽준 전 대표의 대권행보와 연관 지어서 보고 있다.
 
여권의 잠룡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대항마’라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당내 친이계와 수도권 보수층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답보상태인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채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사건건 트집

박 전 대표를 향한 정 전 대표의 공격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세론’에 초점을 맞춰 지난달 23일 “정치인 인기는 목욕탕 수증기와 비슷하다”고 평가 절하했고, 26일에는 “대세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면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입을 푸는(?) 준비운동을 끝마쳤다.

본격적인 공격은 이달 들어 시작됐다.

박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시장직까지 걸 문제는 아니었다”고 언급하자 정 전 대표는 다음날인 지난 1일 “부적절하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한 데 이어 2일에도 “정말 너무 한가하신 말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세론에 안주하는 후보가 있으면 본인에게 안 좋고, 우리 당에도 안 좋다”는 말도 했다.

차후 상황이 어떤 형국으로 흘러갈지는 의문이지만 ‘안철수 쓰나미’의 여파로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내어준 지금 상황은 정 전 대표의 주장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박 전 대표가 미국 외교전문지에 게재한 기고문을 놓고 “대학교수가 써줬다는데...”라며 대필 의혹을 제기해 친박계의 반발을 샀다. 이전까지의 공격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괄하던 친박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대필 의혹 제기에 대해 “정 전 대표는 도대체 무슨 의도로 연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난하는 말만 하는지 알수가 없다”며 “정 전 대표는 기고문에 있지도 않은 전술핵을 대필해줬다는 교수를 잘 안다고 했다. 그래서 그 교수이름을 밝히고 거짓말을 했으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데도 안하고 있다”며 교수이름 공개를 거듭 압박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4일 출간한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2002년 9월 열린 남북 축구경기, 2009년 당 대표 재임 당시 등 박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던 각종 ‘비화’를 공개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정 전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자 양자 갈등이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았다.

정 전 대표는 “(남북 축구경기 당시) 박 전 대표가 나를 보더니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면서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치자 박 전 대표는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남북 축구경기) 당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위치에 있지 않았는데 왜 항의를 했겠는가’라면서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또 당 세종시특위 구성 과정 때의 마찰을 소개하면서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바람에 민망했다”며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 는 등 박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더 기가 막힌 사실 왜곡은 그 통화 후 정 전 대표 쪽에서 ‘박 전 대표가 잘 알았다’고 당시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그렇게 말했으면서 이제 와서 책에는 ‘허태열 최고하고 상의하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한 것은 뭐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은 무엇인가? 매번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흘리다보니 이처럼 스스로 봐도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전면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자서전을 보면 언론에 다 보도된 내용조차 왜곡하고 있어 답답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며 “자서전 내용들도 전술핵 대필교수 거짓말의 연장”이라고 정 전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 전 대표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러 가스관사업이 진행되면 좋지만, 남북관계가 변화한다고 성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 3일 “가스관 연결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네거티브 공세’ 카드

박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이 화제를 모으자 정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를 비판하기보다 제일 중요한 정치인이므로 경험했던 사례를 말하는 게 도리고, 국민도 알면 참고가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박 진영은 정 전 대표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드디어 발악하기 시작했다”고 했고, 이성헌 의원은 “다른 사람을 비방하려면 자신을 돌이켜 봐야하는데, 대학시절부터 논문을 대신 써주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돈 가져다 바친 분은 과연 누군가. 서로를 격려하고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공세를 박 전 대표와 대립각 형성을 통해 보수진영 내부의 ‘비박(非朴)’ 결집을 노리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 작전을 펼쳐 든 정 전 대표의 카드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안철수 쓰나미’에 이어 ‘정몽준 내홍’을 겪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머릿속은 이래저래 복잡하기만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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