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논란

2011.08.31 13:20:00 호수 0호

‘기생’과 ‘공생’ 사이에서 갈 곳 잃은 노숙인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전국 철도역의 불청객이 되어버린 노숙인. ‘그들의 생존권이냐 시민의 편의가 우선이냐’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딜레마이다. 이 가운데 예고했던 대로 지난 8월 22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를 단행했다. 코레일은 “이용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이런 조치에 동의했다”며 “공공역사에서 노숙하는 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방침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네티즌들도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엄연한 인권침해다”와 “노숙인 퇴거는 불가피하다”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퇴거 반대측 “강제 통제전에 대책부터 마련해라”
퇴거 찬성측 “범죄에 노출된 시민의 권리 챙겨야”


지난 8월 22일 새벽 1시20분께 서울역사에서는 크고 작은 고성이 오고갔다. 경찰과 역무원 등 20여 명이 나서 잠자는 노숙인들을 역 밖으로 내?기 시작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숙인들이 새벽 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출입하는 것만 통제가 됐었지만 코레일은 이날부터 시민 안전 및 서울역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역내 야간 노숙행위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노숙인들은 역사에서 계속 노숙을 한다는 입장이어서 쫓고 쫓기는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고된 퇴거였지만 시행 첫날, 밖으로 내몰린 일부 노숙인들은 역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일부는 주변 공원이나 인근 을지로입구역과 영등포역 등 또 다른 공공장소로 몰리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조치

강제 퇴거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항의 집회도 이어졌다. 코레일의 퇴거 조치에 항의한 노숙인들은 홈리스행동 등 20여곳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이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밤샘 문화제를 열었다. 일부 노숙인들은 “우리에게 잠잘 곳을 달라”고  항의를 표출했고,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노숙인들은 청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인권보호를 위해 퇴거 조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노숙인들의 퇴거조치가 불가피 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역은 최근 노숙인 관련 고객들의 민원(VOC)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역사 내 노숙인에 의한 악취, 구걸, 음주, 흡연, 소란, 폭언, 성추행 등으로 서울역 이용 고객들의 관련 민원이 2009년 49건에서 2010년 87건으로 증가했으며, 2011년 6월까지 상반기에만 90건이 접수됐다.

노숙인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 2월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해온 가출 10대가 대합실에서 KTX승객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역사 내에서 정신질환자가 승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서울역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테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네티즌들도 코레일이 결정한 퇴거 조치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찬·반 양론을 벌이고 있다.

찬성 측은 “공공장소에서의 노숙인 퇴거는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할 일이고, 이제는 그 때가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인권문제와 대책 없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모는 건 오히려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네티즌들은 노숙자들이 안고 있는 사연이야 딱하지만, 이들이 서울역에 머물면서 행인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고, 노숙인들의 무단점거와 같은 무례한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숙인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목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sm-j***는 “출장을 다닐 때면 주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데, 서울역이나 터미널에는 어김없이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며 “수일간 씻지 않아서인지 지나치기만 해도 상당히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구걸행위를 한다. 만일 응하지 않으면, 뒤에 대고 살벌한 욕설을 내뱉을 뿐만 아니라, 덤벼드는 노숙자들까지 목격을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역 앞 빌딩에서 재직하면서 오랜 기간 노숙자들을 지켜봤다는 아이디 into_the_***는 “구걸하는 노숙인과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멱살잡이까지 한 적도 허다하다”며 “경찰도 여러 번 출동했지만 노숙인들은 무서운 게 없어서 경찰이 와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의 중심이자 얼굴인 서울역에서 홀딱 벗고 돌아다니는 노숙인들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들에게 ‘머니’라고 말하며 구걸하는 노숙인도 봤다. 연약한 여성들의 길을 막고 돈을 구걸하고 안주면 행패까지 부렸다”며 과연 이런 사람들을 배려해 줄 이유가 있는지를 반문했다.

이들은 노숙자들의 인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일반 시민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이번 퇴거는 노숙인들에게 점거당한 어두운 철도역사를 되찾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노숙인들 또한 재기할 수 있는 자극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쫓겨난 노숙인 갈 곳 잃어

이와달리 반대의 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공공역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데 노숙인만을 겨냥해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고 강제로 퇴거까지 시키는 것은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작용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인권침해라고 반박했다. 또 갈 곳을 잃은 노숙인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거 조치는 제2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이디 qpx***는 노숙자들을 보호해야 하고 그들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숙자로 전락한 그들의 사연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이유가 어떻게 됐든 간에 기본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잘 작동하고 있다면 노숙자들이 서울역에 모여 노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평소에 서울역에서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한번만이라도 봐 준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if***는 “노숙인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알콜중독자들이 많고, 이들은 치료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며 당연히 국가는 이들의 병을 고쳐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불문곡직 서울역에서 쫓아낸다면 이들이 어디로 가겠나? 영등포역 아니면 용산역으로 갈 것인데 이들을 방치함으로써 생기는 행인의 불안, 불결은 계속될 것이고 이것이 노숙인 문제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인지 되묻고 싶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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