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삽질 중

2017.10.16 09:17:09 호수 1136호

야마구치 마유 저 / 리더스북 / 1만3500원

맨땅에 헤딩하며 근성 하나로 모든 것을 쌓아 올린 ‘독한 언니’가 있다. 대학 시절 사법시험과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에 연달아 합격한 것부터 도쿄대학교 수석 졸업, 재무성 관료 그리고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이력의 주인공은 바로 야마구치 마유다. “노력만큼은 누구한테 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 있었다”라고 자부할 만큼, 저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첫 직장인 재무성에 입성하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오늘도 삽질 중>은 재무성과 법률사무소에 다니며 고군분투했던 신입 시절 야마구치 마유의 이야기다. 저자 스스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좌절의 연속”이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무엇 하나 평탄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루의 절반을 선배들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복사기와 씨름하며 허비했다. 숫자 ‘0’ 하나를 빼먹어 몇 박스에 달하는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고, 사무실 열쇠를 잃어버려 팀 전체가 일주일 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일까지 생겼다. 밥 먹듯 야근을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고, 일이 일을 낳는 것처럼 잔업은 늘 넘쳐났다. 크고 작은 실수가 거듭될수록 더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말 그대로 ‘삽질의 나날’이었다. 
연이은 삽질은 사표의 유혹을 불러오기도 한다. 지난해 시행된 한 통계에 따르면 신입 사원 4명 중 1명은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사회 초년생들이 마주한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 
야마구치 마유 역시 같은 고민으로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더 나은 길이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에 몇 번이나 멈칫했다. 하지만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나설 준비가 되지 않은 이상, 회사라는 조직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었다. 어차피 다녀야 할 회사라면, 무방비로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10년 동안 회사를 다니며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해소할 19가지 처방이 실려 있다. 임시방편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얕은 수가 아니다. 직장 생활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야기다. 복사처럼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도 “업무의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이며, 혼자만 일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힘써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다. 신경 쓰이는 라이벌일수록 이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역발상에 이어, 연인이라도 나의 일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는 일침도 등장한다. 이처럼 <오늘도 삽질 중>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일과 관계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하며, 무기력에 빠진 미생들에게 일할 의지를 북돋아주고 있다. 
<오늘도 삽질 중>에서 제시되는 저자의 노하우는 모두 실제 경험에 뿌리를 내린 것들이라 더욱 남다르다. 일본에서도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재무성에서 초년생으로 꼬박 3년을 버텼으니, 그 치열함이야 말할 것도 없다. 고만고만한 선배들에겐 듣기 힘든 삶의 내공이 내용 곳곳에서 묻어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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