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폐기물 하치장입니까?”

2011.05.31 16:48:19 호수 0호

<고엽제 논란 계기> 주한미군 폐기물 매립 방류 사건 살펴보니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를 몰래 파묻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에 따라 전국이 들끓고 있다. 다른 지역도 고엽제를 비롯한 기타 화학물질이 운반·매립됐을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지난5월26일 고엽제 공동조사에 합의하고, 같은 달 27일 캠프 캐럴 인근 지하수를 채취해 첫 공동조사에 나섰다. 고엽제 관련 끝도 없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지금까지 주한미군에서 발생한 폐기물 매립, 방류 사건에 대해 취재했다.

주한미군 고엽제 매립 의혹 논란 ‘일파만파’
독극물 무단 방류에 유류 유출사고도 ‘펑펑’



경북 왜관읍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이 미국의 공식 인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월19일 1978년 당시 근무했던 전직 주한미군이 칠곡 캠프캐럴 미군기지에 맹독성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 250개를 주한미군 측이 은밀히 매립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증언이 폭로되자 미군 측은 다음날인 20일 저녁까지 만해도 관련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할 뿐, 특정 물질 매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고집했다.

이에 정부는 같은 날 정부대응TF를 구성해 국방부·환경부·미8군사령부 관계관 등의 캠프캐럴 공동답사, 공동조사단의 기재 내부 및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같은 달 23일 미군 측은 특정물질 매몰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1978년 캠프캐럴에서 특정 물질이 매몰됐다는 기록을 찾아냈다"면서 매몰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

독극물 최고봉 고엽제

이때부터 논란은 재 점화됐다. 미군 측은 "조사 결과 논란이 됐던 지역 주변에 화학물질·살충제·제초제와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몰했다는 1992년 미 육군 공병단의 연구보고서 기록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미8군 사령관 존D.존슨 중장은 이 연구 보고서는 일반적인 환경평가서였으며 매몰된 물질 중 고엽제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매몰된 물질과 그 주변 흙 40~60톤 가량이 이 지역에서 제거돼 다른 지역에서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물질들이 왜 매몰됐고, 이후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결과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물질이 처리됐다는 새 매립지역 또한 어딘지 밝혀지지 않아 이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이와 관련 <SBS>는 지난 5월 단독 기사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캠프캐럴에 고엽제가 매립된 것이 1978년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듬해인 1979년 카터 대통령이 환경오염 조치를 지시했던 문건을 확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매립돼 있던 고엽제를 파내서 폐기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1979년 1월 미국 정부의 카터 대통령은 "해외의 모든 미국 정부 시설에서 인체에 해롭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킬 사안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또 "오염물질 대책을 세울 때 현지 정부와도 정보를 주고받으라"면서 "나아가 8개월 안에 이 명령을 완료하라"고 못 박았다.

미군 측이 캠프캐럴에 매립된 특정 물질을 처리했다고 밝힌 1979~1980년과 시점이 일치한다. <SBS>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립과 폐기 모두 미국 정부의 명령에 근거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 그렇다면 전국의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카터 대통령의 명령대로라면 고엽제 처리를 둘러싼 한-미간 논의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외교부는 확인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환경단체들은 한미 공동조사단의 조사가 캠프캐럴에 국한돼야 할 것이 아니라 전국 거의 모든 미군기지에서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으니 전국 40여 곳의 미군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천지역의 환경단체들 역시 성명을 통해 지난 2009년,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벤젠·구리·납·아연 등이 검출돼 기지 내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한 미군의 폐기물 매립, 방류는 화학물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주한미군 용산기지 영안실에서 독극물인 포르말린 용액 470병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은 주한미군의 오염물질 관리 소홀을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사건은 영화 <괴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다른 매립·방류 없었나

건축 폐기물 불법 매립도 여러 건 발생했다. 동두천에 있는 캠프케이시와 캠프호비에서는 지난 1997년~1998년 미 2사단이 건축 폐기물인 아스콘과 콘크리트 등을 인근 야산에 몰래 버리다 언론에 적발된 바 있었으며, 1999년에는 평택의 미군 오산기지에서도 불법 폐기물 매립이 적발된 바 있다.

유류 유출사고도 빠지지 않았다. 1994년 2월에는 캠프이글애서 상수원보호구역인 섬강에 10년 동안 폐기름을 방류했고, 2001년 1월에는 녹사평역에서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JP-8 항공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해 5월에도 유류공급관 파손으로 주변 농경지 6700㎡가 오염됐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은 지난 5월22일 "1991녀부터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사례는 드러난 것만 모두 47건"이라고 밝혔다.

녹색연합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름 유출 사건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프로말린 등 유해물질 무단방류가 7건, 불법매립 5건, 태양오염 3건, 기타 3건 순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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