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노동계 시선고정 까닭

2011.04.13 08:50:19 호수 0호

민주당 날개 달고 한나라 날개 꺾이고?

4·27 재보선을 시작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노동계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에 개정된 노동법 재개정을 위한 노동계의 움직임에 정치권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용득 위원장 취임 직후 ‘반(反)한나라당’ 행보로 급선회더니 급기야 2007년 맺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공식파기하며 노동조합법 전면 개정을 위한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크고 작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동계의 움직임에 각 정당의 희비가 엇갈리는 건 당연지사.



“민주당 믿어보겠다”
 
지난 3월10일 여야가 눈도장을 받기위해 한국노총을 방문했지만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정책연대를 형성하고 있던 한나라당에게 싸늘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노총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바뀌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 지원은 끝났다. 노동법 재개정투쟁과 내년 총선·대선 과정에서 반 한나라당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노동계의 정책연대 형성에 큰 변화가 올 것을 암시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한국노총 지도부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손 대표를 향해 “이제 민주당을 믿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는 “믿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사실상 2007년부터 공조해온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가 공식적으로 파기되는 순간이었다.

이 위원장은 “3년 전 대한민국 노사관계, 특히 한국노총과의 노사관계는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국민들도 박수를 보내 주시는 바람직한 선진국 수준의 노사관계였다”며 “정부가 노동에 문외한을 쓰면서 노사관계와 노사정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 지금은 노사불안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매우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과 반MB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인상을 보였다.

민주당, 선거 전 노동계와 손잡고 표심 확보
한나라당 “표 의식한 포퓰리즘” 맹비난 해


그는 이어 “노사관계는 자율을 원칙으로 해야 되는데 정부가 자꾸 끼어들면서 노사관계를 흐트러뜨려놓았고 한국사회를 희망에서 불안으로 바꾸었다. 노조법 개악으로 인해 이렇게 망가졌는데 이제 민주당을 믿겠다. 민주당에서 우리 한국노총의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손 대표는 “이용득 위원장이 민주당을 믿겠다고 했는데 참으로 고맙다. 한국노총과 손을 잡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 하나로 통합되는 조화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또 “노조의 약화가 이명박정부 노동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노동조합이 힘을 갖고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되어야 사회가 균형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한다는 노사관계의 제대로 된 인식과 역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한 한국노총이 재보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민주당과 공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노총 측에서는 한나라당 대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켜줄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동계의 지지가 필요한 민주당으로서도 한국노총의 ‘구애’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시의 적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이에 화답하듯 정년60세 법제화, 고용보험기금 운영 개선, 공기업 정책 개선, 외환은행 하나금융 인수 반대 등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의 입장에 동의하며 개정요구안이 입법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향후 노동관련 제반 문제를 상시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공동 논의의 틀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시행도 안 해보고 재개정?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연대 움직임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노사정 대타협을 기초로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노동법 개정을 통과시켰는데 민주당이 시행도 하기 전에 법을 재개정하자는 것은 정략적 발상이고 노동단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지난 7일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과의 간담회에서 노동조합법 전면 재개정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4·27재보선부터 반노동자정당 심판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1처장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어제 5000명이 모인 출정식(전국노조대표자대회)에서 ‘한나라당 심판하자’, ‘야권 단일후보 밀어주자’ 등의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처장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요구안으로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지급 보장, 타임오프제 전면 폐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노조법의 문제는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함께 총파업을 하고 이듬해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했을 때와 비교할 수 있다. 절차상으로 여당이 강행 처리했고 내용에도 위헌소지가 있다”며 야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노동계의 ‘개정 노동법 무력화 시도’ 등을 불법 행위로 간주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이같은 ‘친(親)민주 반(反)한나라’ 움직임이 오는 4·27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노동계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으로서는 호재임이 분명하고 노동계와의 정책연대가 끊어진 한나라당은 악재로 다가올 것으로 관측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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