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8>

2010.11.16 10:45:50 호수 0호

“동이씨, 나랑 하기 싫어?”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호빠 선수들에게 돈은 너무 쉬운 것이었다
명자씨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가슴과 따로 노는 몸

화장실에는 아까 했던 토악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단 그것부터 씻어 내면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그냥 잠자리를 해야 하나? 아니면 어떤 핑계를 대지? 그렇다고 이런 순간에 무슨 핑계를 댈 수 있단 말이야?
샤워를 하기 위해 팬티를 벗는데 안에서 수표가 나왔다. 어젯밤 받은 팁이었다. 아, 드디어 어젯밤의 일들이 조금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고 진 사람이 벌칙을 받곤 했었다. 얼음을 입에 넣고 완전히 녹을 때까지 상대 파트너와 주고받기, 몸의 일부에 마요네즈를 발라놓고 빨아먹기, 몸속에 숨겨놓은 물건 찾기…. 손에 쥐어져 있는 수표들은 모두 그런 벌칙들의 대가였다. 순간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돈이란 게 이런 건가? 너무 쉽게 벌어 그 가치를 알 수 없는 것, 그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호빠 선수들에게 돈은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 오늘 번 것을 오늘 다 써도 상관없다. 내일 출근하면 또다시 수십만원을 빵빵하게 지갑에 채울 수 있으니까. 푼돈만이 아니다. 스폰서 하나 제대로 잡으면 최소 1억의 전세집에 외제차 정도는 기본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스폰을 잡을까’에 골몰한다. 그들에게는 돈이 곧 행복이었고, 그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공사’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스폰서가 생기면, 작은 스폰서는 어김없이 내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럴 때마다 여자들은 더욱 더 선수들에게 매달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빚을 내서 선수들에게 갖다 바치고, 선수들은 그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오묘한 것은 그 이후의 전개과정이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큰 스폰서를 물어서 ‘들어앉는다’고 해보자. 여기에서 들어앉는 건 함께 동거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이것이 공사의 완성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공사의 끝물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함께 살다보면 보기 싫은 모습도 보게 되고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환상도 깨지게 마련이다. 왠지 무능력해보이기도 하고 늘 함께 있으니 예전에 보았던 매력도 없어진다. 그때부터 여자의 눈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호빠 선수들이 아닌가.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 그 선수는 버림을 받는다. 그렇게 버림받은 선수는 다시 호빠로 향하게 마련이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호빠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왕자’가 되어 있는 선수들이 일반 직장인의 한 달 월급으로는 절대로 성이 차지 않기 때문이다. 시원한 샤워물줄기가 그나마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바로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버림받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공사를 칠 것인가, 단물을 빼먹힐 것인가?
욕실에서 나갔다. 명자씨가 길게 담배를 내뿜으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여자가 무섭다는 느낌…. 남들이 들으면 우스울지 모르지만, 공사를 앞둔 나의 상황으로서는 정말로 옷을 벗고 누워있는 명자씨의 모습이 무서웠다.



■ 돈 냄새 맡은 선수들
그런데 역시 명자씨는 프로였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이씨, 우리 잠깐 얘기 좀 해요.”
“동이씨, 나 직설적인 성격인 거 알죠? 그냥 물어볼게요.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나를 만나기 이전에도 호빠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을지도 모른다. 순간 동료 선수인 ‘훈이’의 말이 생각났다. 여자들이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는 건 선수들의 ‘간’을 보기 위해서라고. 그럴 때는 필요한 게 없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싼티가 나지 않고 더 큰 공사를 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명자씨가 계속해서 물어봤다.
“고급빌라? 외제차? 뭐가 필요해요?”
“어, 전 필요한 게 없는데요.”
명자씨가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사실 명자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선수들은 부지기수다. 그녀의 돈 냄새를 맡은 선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에게 공사를 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런 걸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선수들은 나한테 잘 보이려고 안달인데… 동이씨는 안 그러네… 생각보다 순진하네! 호호”
명자씨가 내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남자의 욕망을 자극시킨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게 맞는 일인지 더 의심이 든다. 지금 이 한 번의 잠자리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은영씨의 빚도 못 갚는 무능력한 남자가 되는 건 아닐까?
그때 또다시 ‘훈이’라는 녀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녀석은 한 번의 잠자리로 여지없이 ‘지명’이 짤리고 공사가 물 건너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잠자리를 너무 일찍 끝낸 것이 화근이었다고 한다. ‘일’을 마친 후 손님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 그냥 앞으로는 친구로 지내자.”
훈이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행위 도중에 자세를 자주 바꿨다고, ‘그곳’에 인테리어를 너무 많이 했다고 짤린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심지어 입 냄새가 많이 난다고 구박받고 더 이상 지명을 해주지 않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의 잠자리가 오히려 공사를 떠나서 영원히 지명의 자리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눈을 감고 내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 명자씨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는 안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렇게 했다가는 나도 그 처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 순간 최후의 방법이 떠올랐다. 입술이 거의 포개어질 무렵, 그래서 격정적인 순간이 다가올 그 즈음에 내가 입을 뗐다.
“명자씨… 전 명자씨를 사랑해요. 저에겐 너무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녀가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이런 싸구려 모텔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식으로 우리가 하나가 되면, 이제 앞으로 저는 명자씨를 함부로 대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런 관계가 함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소중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사이로 발전해나갔으면 해요.”
일단 이 말은 명자씨에게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불붙은 여자의 욕망은 그리 쉽사리 잠재울 수 없는 듯 했다. 명자씨는 ‘그래도 난 동이씨가 갖고 싶어’라며 더욱 거세게 몸을 밀착해봤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뭔가 낌새가 이상했는지 그녀가 갑자기 쏘아붙였다.
“동이씨, 나랑 하기 싫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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