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일가 ‘비운의 황태자’ 수상한 막장 베팅

2010.07.27 09:55:37 호수 0호

박문효 하이트산업 회장 ‘톰보이 투자’ 꿍꿍이



‘비운의 황태자’ 박문효 하이트산업 회장이 망한 톰보이 지분을 매입해 이런저런 뒷말을 낳고 있다. 금액은 그리 크지 않으나 무리한 베팅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거 사들인 주식이 하루아침에 ‘종이 쪼가리’가 되기 직전인 탓이다. 한편으론 그 이면에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이트일가의 장남인 박 회장. 동생에게 후계 자리를 내준 이후 사실상 칩거 중이라 그의 투자는 더욱 시선을 모으고 있다.

부도직전 주식 600만주 매입…8.4%로 ‘2대주주’
“망할 줄 뻔히 알면서” 무리한 매집 이유 미스터리



33년 역사의 토종 패션 브랜드 톰보이가 맥없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15일. 톰보이는 13일 만기 도래한 16억8800여만원의 어음을 연장시한인 이날까지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톰보이가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80조에 따라 상장폐지절차(동규정 제94조에 의한 정리매매 등)를 밟게 된다”고 밝혔다.

1977년 설립돼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 톰보이는 고 최형로 창업주가 2006년 별세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금융권 출신인 신수천 대표이사가 취임한 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우적대다 결국 침몰하게 됐다.

부도 6일 전 매입

톰보이 부도는 지난 5월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돈맥경화’돌파구로 추진했던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이 불발된 데 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인 C등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달 12일 6억6000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에 몰렸다가 다음날인 13일 가까스로 결제해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시중엔 이미 부도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박문효 하이트산업 회장이 톰보이 지분을 대거 사들인 시기가 이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 회장은 ‘톰보이 부도설’이 증권가 이슈로 한창 떠돌던 지난달 9일 장내매수를 통해 톰보이 주식 600만주(8.38%)를 매입했다. 박 회장이 톰보이 부도 6일 전 주식을 매입한 셈이다. 매입 가격은 주당 150원씩 총 9억원 수준이다.


의류업계와 증권가에선 박 회장이 부도설이 나도는 회사 주식을 매입한 이유와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를 압축하면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액면 그대로 투자 실패를 꼽을 수 있다. 박 회장이 지분 매입 당시 밝힌 투자목적은 개인적인 단순투자다. 그의 한 측근은 “박 회장이 톰보이가 향후 경영이 정상화되면 투자가치가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측은 톰보이 인수 시도나 앞으로의 가능성이다.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하이트산업(옛 동서유리공업)의 지분이 전혀 없는 ‘무늬만 오너’다. 맥주병 및 포장 제조회사인 하이트산업은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이사도 따로 있다. 박 회장은 하이트홀딩스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 지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의 톰보이 지분 매입은 인수 얘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 회장이 5% 이상 주식을 보유, 공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은 8.38% 지분율로 신 대표이사(18.57%)에 이어 톰보이 2대주주에 올라있는 상태다. 하지만 하이트산업과 톰보이 측은 “박 회장의 주식 매수가 인수 등 두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한 목소리로 일축했다.

마지막은 부도를 가정하고 매입했다는 시나리오다. 정리매매 과정에서 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박 회장의 톰보이 주식이 아직 ‘종이 쪼가리’가 아닌 것이다. 반대로 박 회장의 지분 매입 사실이 정리매매에서 이상과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가 확정된 종목에 대해 7일 간의 정리매매 기간을 부여한다. 기존 주주들에게 퇴출 종목을 처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절차다. 톰보이는 7월 21∼29일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문제는 이 기간 주가가 이상 급등하며 요동치는 퇴출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성원건설의 경우 정리매매 나흘간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00만주가 넘을 정도로 과열 현상을 빚은 바 있다.

모 증권사 임원은 “퇴출기업 주가 요동은 정리매매의 가격제한폭이 없다는 점을 노린 투기 세력에 의한 이상 현상”이라며 “톰보이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회생 기대감을 악용한 투기세력이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생에 밀린 뒤 칩거

박 회장의 톰보이 지분 매입은 그동안 그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끈다. 박 회장으로선 사실상 첫 투자와 다름없다.


박 회장은 고 박경복 하이트-진로그룹 명예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1947년 부산 출생인 그는 배재고와 미국 노터데임대학을 졸업,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1987년 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동생인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의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났다. 1991년 박문덕 회장에게 사장직을 넘긴 것. 박문덕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 2001년엔 하이트맥주 지분까지 모두 처분하고 ‘야인’생활에 들어갔다. 박 회장이 하이트일가에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는 까닭이다.

이후 하이트산업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공식행사는 물론 언론 등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친 적이 없다. 회사와 인터넷에 그의 사진 한 장이 없을 정도다. 성격도 내성적이라 재계에서 대표적인 ‘은둔 경영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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